새로운 대작의 탄생일까? - 듄 파트1(DUNE Part1 , 2021) 후기/리뷰
많은 호평을 받은 컨택트와 블레이드 러너2049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드니 빌뇌브 감독은 특히나 SF영화를 그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데에 재능이 있는 감독이다. 하지만 같은 감독이 많든 두 영화에 대해 나는 서로 다른 감상이다. 컨택트는 대부분이 좋아할 만한 신선한 작품이고, 블레이드 러너2049는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듄이라는 소설이 영화화되고 그 막중한 임무를 맡은 키잡이가 드니 빌뇌브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내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제발 블레이드 러너 말고 컨택트"였다. 개인적으로 블레이드 러너는 그의 스타일이 조금 과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의 연출과 영상미와는 반대로 정적이고 느린 전개는 관객에게 단점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도 예외없이 블레이드 러너2049는 정적인 전개가 과하게 느껴졌다.
이번 영화 "듄 파트1"에서도 그러한 드니 빌뇌브식 연출은 남아있어 호불호가 꽤 갈리는 반응을 보였지만, 나에게는 정말 완벽한 영화였다. 그동안의 필모에서 검증되었던 완벽한 영상미와 함께, 적절한 호흡과 전개로 방대한 아라키스 행성의 경관을 담아냈는데 정말 아무 장면이나 캡쳐 해서 배경화면으로 써도 될 정도였다.
브레이드 러너에서도 느꼈지만 영상미와 함께 여러 곳에서 고심한 연출의 흔적도 있었다. 가장 먼저 기억나는 점은 하코넨의 남작 블라디미르의 첫 등장이다. 이 양반은 굉장히 심한 고도비만으로 인해 반중력 장치를 달고 사는데, 자신의 야심을 드러내며 공중으로 부상하는 장면은 길게 늘어진 로브로 인해 기괴하게 다리가 벌레처럼 길어진 실루엣으로 나타나 기괴한 등장을 연출한다.
그 밖에 폴이 던칸에게 검술을 배웠기 때문인지 거니와 다르게 한쪽 칼을 역수로 쥐고 싸우는 디테일도 놀라웠다. 폴의 예지몽에서 프레맨들 사이에서 얼굴을 가리고 싸우는 모습이 영락없는 던칸의 방식이었는데, 헬멧에서 폴의 얼굴이 드러났을 때 "어라" 했던 순간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 류의 영화들이 공유하는 단점으로, 영화가 불친절하다는 점은 피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인간 컴퓨터 멘타트'를 맡고 있는 투피르가 그렇다. 그 자리에서 암산으로 항로를 계산 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보통 인간은 아닌 인공지능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하는 암시를 풍긴다. 분명 원작을 모르는 입장에서는 그들의 정확한 정체를 알기는 힘들지만, 감독은 그 나름의 고심을 했는지 입술에 네모난 표식이 있는 것으로 연출했다. 동일한 문양을 가진 사람이 하코넨 가문에도 있는 것으로 보아, 가문마다 참모진으로 인간 컴퓨터 같은 존재를 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겠지만, 분명 영화를 관찰해야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놓치기 쉬운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식으로 많은 것들을 굳이 설명하려 하지 않고 관찰해야 유추해낼 수 있는 정보로 암시해 놓았기 때문에 좋게 표현하자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불친절하다. 그래서인지 관람을 마치고 유튜브에서 각종 듄 세계관 설명영상을 찾아보는 별개의 재미가 있었다. 아마 방대한 세계관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 그런 노선을 선택한 것 같다. 그리고 그게 드니 빌뇌브의 방식이기도 하니까.
하여튼 간에 나는 어서 파트2가 나왔으면 좋겠다. 원작이 아주 두꺼운 백과사전 같은 두께로 6권까지 있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6권 전부 영화화 되었으면 좋겠으나, 반지의 제왕 같이 여러 편이 한꺼번에 촬영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반지의 제왕이 나왔으니 말인데, 듄을 관람하고 나서 새삼스레 어릴 적 영화관/초등학교 교실에서 틀어주던 반지의 제왕에 관한 기억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면 화려한 영상미와 뛰어난 판타지적 디자인에 이끌려 재밌게 봤지만,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굉장히 불친절하게 만들어진 영화였다. 가장 중요한 아이템인 절대반지가 정확히 능력이 뭔지도 몰랐으니까. 본래 방대한 세계관을 드라마도 아닌 극히 제한적인 영화로 만드려다 보면 불친절한 건 어쩔 수 없고, 답은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가 다시 보고 익숙해져야 하는 건가 보다. 듄 시리즈가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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