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four




필기구는 주로 시그노 볼펜, 펜텔 그래프 1000을 주로 사용한다. 얘 둘이 사실 각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인증받은 필기구라 딱히 다른 필기구를 쓸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만년필을 써보고 싶었다. 

펜 촉이 사용자의 필기패턴에 맞게 촉이 마모되어 '나만의 펜'이 된다는, 그런 감성넘쳐나는 말은 제쳐두고, 볼펜도, 샤프도 아닌 필기구라니! 만년필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궁금했다고 할 수 있겠다.


우선 가장 대중화 되었으면서 입문용으로 많이들 찾는 LAMI사의 Safari 모델로 정했다. 너무 클래식한 디자인은 쓰기 싫었고, 그렇다고 제브라나 미쯔비시 같은, 일반적인 볼펜류를 만들던 브랜드 보다 만년필에 어느정도 노하우가 있는 브랜드의 것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지도 높은 것을 쓰면, 그만큼 펜 촉을 다시 사고 싶을때 사기 쉬우리라.





라미 사파리 만년필이야 워낙 유명하니, 인터넷 쇼핑몰 어딜 가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무슨무슨 기념 해서 노트와 케이스까지 증정 한다 해서 샀는데, 막상 같이 온 노트는 완전 싸구려라 그냥 서랍 안에 박아 두었다. 이런 무료 증정에 몰스킨급 노트를 바라는건 도둑놈 심보겠지. 대신 무료 각인은 해주었다. 원래 만년필이 중고가가 잘 떨어지지 않아 중고로 사고파는 경우도 있어, 각인을 그렇게 권하지는 않던데, 그렇게까지 만년필에 파고들고 싶지는 않으므로 그냥 각인했다. 




무슨무슨 이벤트로 인해 이것저것 딸려왔...으나, 별로 쓸모있는것은 건지지 못했다. 



몇 주간 사용 후 종합적인 소감은, 역시 만년필은 감성빨로 쓰는 물건이라는 것.
하긴 필기구의 역사가 몇 세기인데, 등장 이후 그리 변하지 않은 만년필이 비교적 현대의 물건인 볼펜(+잉크펜)의 필기감과 편의성을 따라오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나 보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만년필이라면 또 모르겠다. 근데 그건 써볼 일도 없을테고, 게다가 그 가격대의 볼펜은 또 다르겠지.

여튼, 뚜껑 오래 열어두면 잉크가 마르는 데다 하이테크나 시그노 같은 펜에 비해 필기감도 뒤떨어지는, 게다가 3만원이나 하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릴 것 같다. 가끔씩 볼펜 쓰기 질릴 때 재미로 쓰겠지만 역시 공대생은 현대문물을 쓰는게 적성에 맞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