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추천] 20세기 소년 후기/리뷰
아마 20세기 소년이라는 만화를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같은 제목의 노래가 있기도 하고, 실제로 작가가 여기서부터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꽤 오래전에 나온 많아지고 그 당시 만화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꽤 먼 미래인 2015년을 다룬다는 점에서 sf - 과학 이란 연결고리로(...) 과학모험만화라는 식으로 홍보를 했나보다.
나도 이름만 들어봤지 이게 무슨 장르이며 왜 인기가 많은지 좀처럼 감을 잡기 힘들었는데, 실상은 sf와는 크게 연관이 없었다. 대강 요약하자면 "친구"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인물을 숭배하는 사이비종교가 전 세계를 잠식해가는 가운데, 어린시절 장난스럽게 쓴 지구멸망 시나리오대로 실현되는 이야기다. 20년은 된 만화이고 표면적으로는 sf물에서 소시민 여럿이 모여 거대 괴수를 물리치는 진부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20세기 소년'이 아직까지도 신선하게 느껴지는 2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번째는 이 만화의 구조다. 쉽게 표현하자면, 마치 십년이 지나 만난 동창회에서 '쟤가 누구였더라...' 하는게 20세기 소년의 전체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만화들에서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그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발생하는 대립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처음엔 찌질했던, 아니면 싹수가 보였던, 어떠한 계기로 각성하게 되며, 결국에는 역경을 헤쳐나가는데 성공한다. 최근으로 갈 수록 세계관 측면에서 반전을 주거나, 세계관을 아예 독특하게 짜거나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대걔 유행은 비슷하다. 20세기 소년은 오히려 심플하고 클래식해서 새로웠달까, 아예 그렇게 세세한건 집어치우고, '그래서 친구가 누군데?'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온전히 독자가 거기에 집중하고 추측해보게 떡밥을 마구 던져댄다. 애초에 주인공 켄지 일행은 평범한 인간이다. 아무 능력도 없는.
두번째는 지금도 먹히고 있는, 어찌보면 매우 심오한 주제, '진실'과 '거짓'이란 무엇인가?를 성공적으로 다뤘다. 분명 "친구"가 어린시절 동창 중 하나인 것은 자명한데, 워낙 오랜 세월이 지났다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기억이 희미하고, 그 동기도 명확하지가 않아 모두가 기억을 더듬어가며 퍼즐 조각을 맞춰간다. 그 때문에 과거 회상장면이 자주 등장하며, 때로는 인물이 잘못 기억하고 있기도, 같은 장면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기도 한다. 이렇게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하는것은 꽤 진부해보일수도 있지만, 성공적으로 전달하느냐, 실패하느냐의 갭이 꽤 크다. 최근으로 거슬러 올라오면 '진격의 거인'이 여기에 꽤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가짜'로 지어낸 지구멸망 시나리오가, '가짜' 집단인 사이비 교주인 '친구'를 통해 '진짜'로 나타났다. 게다가 만화 내내 친구라는 인물은 초능력이 있다면서 신도들 앞에서 기행을 벌이는데, '진짜' 초능력을 가진것인지, 아니면 사이비 교주답게 사람들을 속이는데 능한건지. 작가의 밀당이 참 묘하다.
다만 으레 이런 류의 만화가 그렇듯 뭔가 맥빠지는 결말이 아쉽게 느껴진다. 메인 스토리가 "친구" 의 정체를 밝혀내는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기에 당연한 결과겠지만, 친구의 아이를 잉태했다던가 하는 떡밥을 좀더 활용해도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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