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의 나라 후기/리뷰(Land of the Lustrous)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으로도 등록되어있는 작품이다. 그저 겉모습을 보고는 미소녀가 여럿 나오는 흔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생각했으나, 완전한 내 착각이었다. 결국 만화책 3권 분량만을 영상화 한 애니메이션을 보고나서 원작 만화를 찾아보게 되었다.
첫 느낌은 판타지스러운 작품이었다. 6번에 이르는 운석의 충돌로 인류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생물이 멸종한 뒤의 지구와 달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먼 미래와 포스트아포칼립스 스러워야 할 것 같지만, 몽환적이고 평화롭다는 느낌이 주된 분위기였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류가 멸망한 뒤 생명체가 얼마 남지 않은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인류의 살과 뼈, 그리고 영혼은 각각의 살길을 찾아 다른 생물로 발현되었는데 인간의 살을 이어받은 아도미라비리스족, 뼈를 이어받은 보석들, 그리고 영혼을 이어받아 달에서부터 살과 뼈를 되찾기 위해 침략해오는 월인들이다. 아도미라비리스족은 해양생물과 같은 녀석들로, 바다에 살고있고, 거의 대부분이 월인에게 붙잡혀 달에 갇힌 신세다. 보석들은 '금강선생'이라고 불리는, 스님의 외형을 한 존재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고 있다.


설정상 보석들은 단순한 광물이 아닌 오랜 세월을 거쳐 미생물이 광물들을 받아들여 인간의 신체와 같은 구조물을 이룬다. 따라서 신체가 파괴되어도 다시 이어붙일 수 있으며, 몸 전체가 균일한 물질로 되어있는 만큼, 신체 일부를 잃으면 기억도 함께 잃는다.

작중 주인공인 포스포필라이트는 최약체에 속하는 경도 3.5의 약골인데다, 손재주도, 머리가 비상하지도 않은, 보석들 중 애물단지다. 대략 300살에서 400살 밖에 되지 않은 막내인데, 모두들 월인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한 정찰, 생필품을 제작하거나, 의술을 담당하거나, 혹은 월인과 싸우는 전투를 담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백수신세다.
그러던 어느날, 금강선생은 포스포필라이트에게 박물지 작성하는 임무를 맡긴다. 박물지란, 자연의 모든것을 종합하고 분류하여 기술한 책이다. 평소에는 월인과 싸워서 공적을 올리길 좋아하는 포스포필라이트였기에 못마땅해 했지만, 선생님이 시키니 마지못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게 된다.
여기저기 가는 곳 마다 월인이 나타나 사고를 치고, 경도 3.5의 약골이었기에 여기저기 깨지고 다시 이어붙인다. 급기야 일련의 사건들을 겪게되면서 몇몇 동료는 온몸이 깨진 채 원인에게 붙잡혀가고 포스포필라이트는 팔다리를 잃게된다. 결국 성공한 대안책은 잃은 팔다리 대신 다른 광물을 이어 붙이는 것이었다. 자신과 다른 물질을 이어붙이는것은 굉장히 드문 일인데, 아무런 장기 없어보였던 포스포필라이트의 특기는 다른 광물을 받아들이는 힘이었던 것이다.

순도 100%의 포스포필라이트였던 때에는 그저 의욕만 앞서고 무한긍정의 막내였지만, 점차 '포스포필라이트'의 순도가 줄어들면서, 덩달아 주변의 동료들이 월인에게 끌려가면서 주인공의 성격과 인격에도 변화를 겪게된다. 그렇게 좋아하고 따랐던 금강 선생님과 월인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의심은 조금씩 자라나서 결국 월인과 싸우고싶다던 초심과는 정 반대로, 월인과의 대화를 통해 진상을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갖가지 고생을 한 끝에, 자신의 욕심때문에 또다시 누군가를 희생시켜 도달한 달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모두 아무도 기도해주지 않아 영혼이 본래 도달해야 할 곳에 도달하지 못해 달에 갇힌 인간의 영혼들이었으며, 보석들로써는 상상할 수 없는 과학기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은 보석들과 다를바가 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본래 그들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금강 선생이었다는 것이다. 금강의 정체는 일종의 로봇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현재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어딘가가 고장이 있어, 월인들로써는 어떻게든 금강에게 도달하려고 했던 것. 달에서의 영원한 구속을 끝내고자 금강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하는것이 그들의 오랜 숙원이다.



선생님을 굉장히 따랐던 포스포필라이트였으나, 이미 처음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상태였다. 놀라우리만치 간단히 '선생님이 없다면 우리가 고통받을 필요도 없는것 아니냐?'는 논리로 흐른다. 그리고 결국은 과반수의 보석 동료들을 달로 데려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12화 정도로, 포스포필라이트가 달에 가고자 하는 결심하는 곳 까지를 그렸으나, 만화 원작은 그곳을 한참 넘어 죽은 동료둘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꽤나 여기에 갭이 느껴지는 것이, 애니메이션은 3D 모델링을 이용해 등장인물 거의 전부가 인간이 아닌 '보석'들이라는 것을 총천연색으로 굉장히 뛰어나게 표현했다. 딱 애니메이션이 완결난 부위까지는 이러한 분위기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만화에서 연재중인 파트는 그다지 꿈도, 별다른 희망도 없는데다 활력을 잃어버린 월인들의 마을이 주가되는데, 애니메이션 파트와는 정 반대의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애니메이션에서 이를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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