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마블 후기(Captain Marvel, 2019) : 마블의 새로운 캡틴?!
분명 '캡틴마블'의 배우 '브리 라슨'의 행적 때문에 캡틴마블은 개봉 이전부터 꽤나 과도한 뭇매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제작진의 페미니즘 마케팅의 영향까지 더해 2월까지도 0점 혹은 5점의 극과 극의 별점이 퍼부어졌다. 아무리 할리우드에서 PC, 페미니즘이 유행이라지만 10년동안 공들여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굳이 억지스럽게 페미니즘을 넣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만큼 스토리가 나쁘지는 않았다. 히어로의 1편은 워낙에 제약사항이 많으니까, 이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고양이 외계인 '구스'는 극 중간중간 분위기가 처질 때마다 '마블은 마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자. 최악의 히어로는 어떤 히어로일까? 약해 빠져서 악당에게 얻어맞고 다니는 히어로? 이기적이고 범죄도 저지르는 히어로?
답은 '약점없이 무지막지하게 강한' 히어로다. 우리가 영웅이야기에 빠져드는 이유는 단지 그들이 비범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남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면서 자기만의 패널티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있다. 가장 인기있는 아이언맨은 슈트없이는 인간에 불과하며, 헐크 역시 그와 같으며, 캡틴아메리카도 방패든 조금 더 쎈 인간에 불과하다. 그런 의미에서 배트맨이 (비교적) 평범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뛰어난 머리와 각종 장비로 특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어벤져스 시리즈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토르의 솔로 영화 성적이 참담한 이유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별히 약점이랄 것도 없으며, 전반적으로 좀 더 강한 신체에 특수한 능력이래봐야 망치와 가끔 쓰는 번개정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류의 캐릭터는 이미 한 번 패배한 적을 이기기 쉽지 않다. 보통은 '주인공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 는 것을 나타내면서 해결하긴 하는데... 그걸 개연성 있게 보여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토르... 봤지만 내용이 하나도 기억 안난다.
캡틴마블은 영화 내내 상당수의 위기들을 '불주먹' 한 방으로 해결 해낸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영웅은 약점 없이 천하무적으로 적들을 쓰러뜨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신이지 영웅이 아니다. 영웅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캐릭터와 컴플렉스를 가지고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영웅이다. 그러한 점에서 캡틴마블은 히어로물로써 합격점을 줄 수가 없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주인공의 '강한 힘'을 강조해서 별다른 역경 없는 시원시원한 전개가 매력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액션이 화려할 때' 이다. 캡틴마블의 마지막 우주 액션장면을 호평하는 사람들이 있던데..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화려한건 CG였지, 캡틴마블의 액션은 아주 밋밋한 수준이다. 돌려차기 등의 역동적인 동작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거의 대부분은 주먹을 쭉 뻗으면 포톤 뭐시기가 발사되는 식이다. 결국 배우는 와이어에 매달린 채 주먹만 요기조기 쭉쭉 뻗으면 CG가 다 알아서 하는거다. 엑스트라들은 그에 맞춰 나자빠져 주는거고. 비슷하게 손에서 레이저가 나가는 아이언맨도 인피니티 워에서 이렇게는 안싸웠다.
"나는 너에게 증명할 게 없어." 라는 말이 무색하게, 캡틴마블은 자신이 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등장해야만 하는지 증명하지 못했다. 어벤져스 1편과 2편 내내 그런 위기속에서도 그녀는 왜 호출되지 않았는지도 설명되지 않았으며(결국은 뒤늦게 추가되었다는 꼴), 단순히 '힘' 만이라면 이미 인피니티 워에서 토르가 충분한 무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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