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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게임 이후의 세계

두어 달 전, 마블 영화는 '어벤져스 : 엔드게임'을 끝으로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의 장대한 대서사시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Marvel Cinematic Universe)의 페이즈3 마지막 영화는 어벤져스 영화가 아닌 이번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이다. 타노스를 최종보스로 짜여진 스토리의 마지막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맞지만, 마블 영화의 세 번째 중대한 기점은 스파이더맨 영화라는 뜻이다.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의 최종 빌런, 타노스.

아마 기존 핵심 배우들이 대대적으로 은퇴하는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 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엔드게임 이후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전자였다. 엔드게임을 만족스럽게 감상했고, 페이즈 4에 해당하는 그 뒤의 이야기는 외전격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이 영화를 왜 봤느냐고? 마블 영화는 못해도 중간 이상은 가니까. 아마 많이들 그랬을 것이다.

1편보다 나은 2편 (+1)

결론부터 말하자면, 꽤 실망스러웠던 '스파이더맨 : 홈커밍'과는 다르게 이번 영화는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전작 홈커밍은 전형적인 양산형 마블영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벌처'는 세계파괴나 정복과는 다른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생계형 빌런이라는 점에서는 차별화되었지만, 그냥 날개달렸다는 점에서는 팔콘과 크게 다를바가 없었다. 차별화는 있었지만 큰 임팩트는 없었다는 뜻이다.

누군가에게는 장점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들지 않았던 아이언맨의 참견.

게다가 아직 어린 피터 파커의 성장을 그려내기 위해 그의 멘토 역할인 토니 스타크를 재차 등장시켰고, 이것은 스파이더맨의 단독 영화라기 보다는 어벤져스 영화의 부산물처럼 보였다. 종합해 보자면, 머리로는 '스파이더맨의 성장을 그려내기 위해 구성을 잘 짰구나' 하는데, 그러한 장면들에 스파이더맨 만의 특색은 없어 기억에 남는게 없다.

"캡틴아메리카 : 시빌 워(2016)"에서 토니의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잠시 등장한 BARF.

하지만 이번 후속작은 달랐다. 예고편에서 마치 조력자처럼 등장한 '미스테리오'는 원작에서 꽤 유명한 악역이라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원작을 아는 사람들은 일종의 스포일러를 당하고 시작한다는 것인데, 나 역시 이러한 내용을 듣고나서 관람했음에도 미스테리오는 훌륭한 악역이었다. 시빌워 초반에 잠깐 등장한 홀로그램 장치 "BARF"는 엔드게임에서 활용되지 않으면서 결국 왜 등장한 것인지 의아했는데, 이러한 떡밥을 훌륭히 회수했다.

 

역대급 매력적인 빌런인 이유

미스테리오는 BARF의 주요 발명자였으며, 이 발명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봐 주지 않은 토니를 미워했다. 그 때문에 이러한 기술과 스타크 인더스트리에 앙심을 품은 출신 직원들과 합심해서 미스테리오라는 히어로가 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자신의 특기인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마치 상대에게 실제와 구별하기 어려운 환각 효과를 준다. 이러한 고유의 능력은 아이언맨의 기술(드론)을 빼돌림으로써 완성시켜 토니에 대한 분노와 복수를 나타낸다. 둘째로, 가상의 괴물들을 등장시켜 자신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연극을 꾸밈으로써 타노스라는 큰 적이 사라졌음에도 사람들에겐 여전히 믿음을 줄 수 있는 히어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2020년을 앞둔 지금 최고로 어울리는 능력(드론과 증강현실)을 화려한 영상과 연출로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영화와 원작 만화에서의 미스테리오.

게다가 극중 해피가 말했듯, 토니 스타크는 세상을 구하고 죽음으로써 완전한 영웅으로써 추대받고 있지만, 최측근에서 지켜본 자신이 봐 온 모습은 실수도 저지르고 때론 엉망진창이었으며, 그로 인해 후회도 많이했다. 그러한 결과물들이 울트론, 킬리언, 그리고 이번의 미스테리오로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결국에는 피터가 더이상 어리지만은 않은, 완전한 히어로로써 일어서게 한다.

 

최고의 스파이더맨 영화 입후보 완료

자자, 순서대로 기호 1,2,3번 입니다.

이렇듯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의 두 번째 영화는 모든것들이 서로 잘 짜여진, 기존 스파이더맨 트롤로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다. 미스테리오가 한 말이 모두 거짓인 이상, 인피니티워로 인해 발생한 멀티버스 이야기가 진실인가의 여부는 저 너머로 가버렸지만, 쿠키영상에서 닉 퓨리가 스크럴족과 함께 있다는 점, 어디든 손쉽게 다닐 수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바쁘다는 점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멀티버스와 관련된 다른 중대한 사건들이 차기 영화에서 등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