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four


얼마전 개봉했던 '캡틴마블'은 배우와 제작진이 힘을 합쳐 여성영화임을 강하게 어필하면서 그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관람객의 평도 여러 의미로 뜨거웠는데(좋은쪽이든, 나쁜 쪽으로든), 그 중 인상깊었던 평이 몇 가지가 있는데 대략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었다.


이런 영화가 20년 전에 나와서 내가 보고 자랐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우선 내 경험담을 말하자면, 어릴적 아이언맨이 개봉했고, 재밌게 보았지만 그다지 영향을 끼친 기억은 없다. 기계공학과를 지원하게 되었지만, 아이언맨 안봤어도 그랬을 것이다. 여하튼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하고싶은 말은 원더우먼이 떡하니 이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어머니 세대도 잘 알고있는.



원더우먼은 세계 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신적인 존재 아마존들의 사회에서 나고 자란 원더우먼 '다이애나'는 우연히 독일군으로 부터 도망친 영국군 병사(정확히는 스파이) 스티브를 만나게 되고, 세계 1차 대전의 흑막이 전쟁의 신 '아레스'의 짓임을 알아채고, 그를 막기위해 스티브를 따라 영국으로 향한다.



솔직한 평으로 캡틴마블보다 훨씬 나았다는게 내 생각이다. 개봉한지는 꽤 되었지만, 당시에 이미 이미지는 한창 말아먹은 DC영화[각주:1]였음에도 호평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었고. 다만 가장 큰 흠은 영화중간중간에서 짙게 풍기는 DC식 연출이다. 캡틴마블에서 정말 답답했던 액션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준 것은 사실이지만, 쓸데없이 끼어드는 슬로우모션이 정말 "DC" 같았다. 영화 '300'의 슬로우 모션은 정말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지만, 정말 DC의 슬로우 모션은 다른 의미로 충격적이다. 액션 도중에 민망한 자세를 취하는데 자꾸만 그걸 슬로우 모션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태로 적을 향해 날아간다. 정말 그 순간마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점만 빼면 매우 만족스러웠으니 용서 할 만 하다. 저건 잠깐잠깐 눈을 감으면 그만이니까. 최근들어 마블의 영향으로 히어로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다들 알겠지만 히어로 영화의 1편은 대걔 영웅의 탄생을 그리고 있고, 해당 해어로의 개성과는 별개로 스토리는 독창적으로 그려내기 굉장히 어렵다. 제약점이 많기 때문이다. 어린시절과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먼저 그려주어야 하고, 히어로로써 각성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것만 해도 이미 스토리 텔링은 한정적이다.



원더우먼의 복장이 선정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녀의 복장은 '여전사'의 아주 기본적인 복장이라는 점에서 동의하기 힘들다. 영화도 다이애나의 신체묘사에 집착하는 장면도 없다시피 했기때문에 특히 그 점은 별로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 복장만 제외하면,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여성의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었던 극중 배경에서 문명사회와 단절된 곳에서 자라온 다이애나가 갈등을 겪고 결국은 동료들을 이끌고 아레스를 저지한다는 이야기는 페미니즘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어찌보면 '캡틴마블'이 걸었어야 할 길을 여성운동을 주제로는 DC와 마블이 반대로 걷고 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평을 얻어대는데에 성공한 '캡틴마블'은 거의 마블이라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역시 문화컨텐츠 산업은 캐릭터를 파는게 최고다.



  1. 단, 저스티스 리그는 원더우먼 이후에 개봉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