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에어팟 프로 개봉 / 2개월 사용후기(AirPods Pro)
이전부터 무선이어폰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있었지만, 계속해서 유선이어폰을 사용했다. 엄청 고가의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선이어폰의 '혁신적인' 가격대는 꽤나 부담스러웠고, 주류를 이루고 있는 무선이어폰들은 하나씩 맘에 들지 않은 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배터리 시간이 짧다던가, 혹은 유닛 케이스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 이유였으며 기존의 에어팟은 그냥 콩나물 같이 생긴게 맘에 들지 않았다.
반면 이번에 나온 에어팟 프로는 모다피같다는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에어팟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라는 점이 퍽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노이즈캔슬링이라니!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기능이지만, 언젠간 써보고 싶었다는 생각이 30만원짜리 이어폰을 지르기에 자기합리화를 시키고 있었다.
구매 시기는 11월 말쯤이었는데, 한국에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애플스토어에 가서 구입하는게 아닌 이상 온라인에서는 물량이 없어 몇 주 씩이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쿠○, 옥○ 같은 곳에서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었는데, 10만원 짜리 문화상품권을 9만원에 3장 구입, 온라인에서 포인트로 전환한 뒤에 그 포인트로 에어팟 프로를 주문했다. 합법적으로 3만원 아낀 셈이다. 일단은 30만원이라는 가격이 나에겐 상당한 금액이니까... . 남은 것은 공식 온라인몰이 아닌 곳에서 들여온 에어팟 프로가 짝퉁이 아니길 비는 것(정품으로 예상되는 곳에서 사긴 했지만).
택배 도착하고 마냥 기뻐하지 말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품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박스를 반드시 뜯지 말고, 겉면에 써 있는 시리얼 번호를 애플 홈페이지에서 계정에 등록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 다행히 정상적으로 에어팟 프로 정품임이 확인되었다.
주의할 점은, 시리얼 번호 자체는 정품으로 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참 여러모로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인데, 에어팟 프로 짝퉁을 팔아놓고 시리얼 번호를 등록했더니 '정품 에어팟 2세대'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이쪽은 가격부터가 말도 안되게 싼 경우이니, 정품과 혼동될 일은 없긴 할꺼다.
에어팟 프로의 세팅은 애플 기기에서만 가능하므로(안드로이드는 별도의 서드파티 앱을 다운받아서 가능), 먼저 아이패드와 연동시켜보았다. 아이패드의 블루투스를 켜고 에어팟 프로 케이스의 버튼을 꾹 누르면 자동으로 연동된다. 주의할 점은, 에어팟은 연동할 때엔 반드시 이어폰 유닛을 모두 케이스에 넣은 채 진행해야 한다.
먼저 에어팟 프로를 이용하기 전에, 간단한 설정을 먼저 할 것을 권한다. 블루투스에 들어가면 연결되어 있는 에어팟 프로 설정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 여기에 '이어팁 착용 테스트'항목이 있는데, 이어폰에 사용된 이어팁 사이즈가 적절한지를 자동으로 판단해준다. 이어팁이 내 귀에 비해서 너무 크거나 작으면 제대로 된 소리로 들을 수 없거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결 방법 자체는 안드로이드, 윈도우PC에서도 같다. 안드로이드의 블루투스를 켠 뒤, 에어팟 프로 케이스의 버튼을 꾹 누르면 자동으로 연결된다. 만약 PC에서 블루투스가 되지 않는다면, 블루투스 통신을 위한 칩이 내장되어 있지 않은 경우이다. 노트북이나 휴대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는 블루투스가 거의 모두 내장되어 있지만, PC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주변 문구점같은데서 '블루투스 동글 주세요'하면 8천원 쯤 하는 USB에 꽂는 블루투스 통신기기를 살 수 있다. 그거 계속 꽂고 쓰면 된다.
다만 애플 제품이 아닌 기기와 연동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수도, Siri를 사용할수도(이건 당연히), 자동 정지기능(이어폰을 귀에서 빼면 자동으로 영상 혹은 음악이 멈춘다.)을 사용할 수도, 기기 간 자동 전환(아이폰에서 음악을 듣다가 화면을 끈 뒤 아이패드를 켜면 자동으로 연결이 전환되는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어차피 다른 무선이어폰도 대부분 없는 기능들이라 딱히 아쉽진 않았다.
에어팟 프로를 사용하면서 가장 맘에 들었던 점은 2가지, 노이즈 캔슬링과 생김새였다.
노이즈 캔슬링
노이즈 캔슬링은 해당 가격대에서 굉장히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것처럼 굉장히 성능이 좋았고, 특히 '외부 수용 상태'에서 외부 소리를 실제와 거의 같게 들려주어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30만원이라는 가격이 음향기기에 대해 무지한 나에겐 아직 비싸긴 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비싼값은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이 탑재됨으로 인해 가장 편리한 점은 볼륨조절을 할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기능이 없는 이어폰은 조용한 방에서 들을때, 바람이 부는 길거리에서 들을때,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카페에서 들을때 동일한 음량으로 들을 수 없다. 외부 소리에 묻혀 이어폰의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인데, 노이즈 캔슬링은 사람들의 시끄러운 말소리, 바람소리 등등을 효과적으로 지워주기 때문에 어디서나 깔끔하게 들을 수 있다.
다만 노이즈 캔슬링은 외부의 모든 소리를 지워주는 것이 아니다. '잡음'에 가까울 수록 잘 지울 수 있고, '명확한' 소리에 가까울 수록 지우지 못한다. 이때문에 한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거는 상황에서는 말소리가 들리지만, 카페에서 여러 사람이 떠드는 소리는 잡음에 가깝게 뭉개지기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이 가능한 것이다.
디자인
개인적으로 에어팟의 디자인은 너무 기존 이어폰에서 줄만 잘라낸 것 같아 별로지만, 에어팟 프로의 디자인은 굉장히 맘에 든다. 에어팟처럼 길쭉하지도 않아 귀에 끼웠을때 부담스럽지 않다. 버즈같은 경우는 귓구멍 부위에 정확히 위치하고 있어 상대가 이어폰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케이스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이건 아주 중요하다. 가방을 휴대하는 경우라면 상관없지만 여름철에 가방없이 가볍게 다니는 때에는 반드시 바지 주머니에 넣어야 하고, 여타 다른 제품들은 바지 주머니에 넣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크기인데, 에어팟 프로는 그 절묘한 적정선을 지켜냈다. 에어팟 시리즈를 사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편의성
무선이어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편리한 점은 활동범위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사무실에서 내 자리에서 물을 마시기 위해 일어나려면 이어폰을 귀에서 빼고 일어나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상관없이 10미터 가량 내에서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피커 이용이 제한되는데, 이제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로 침대에 뒹굴거리면서 PC의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크다.
덧붙이면서
- 생각보다 귀에서 빠질 염려는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무선이어폰은 유선 이어폰에서 줄만 제거한 형태이다. 런닝머신 뛰면서 유선이어폰으로 음악듣는사람 널렸었는데, 거기서 걸리적 거릴 요소를 오히려 제거한 상태이니 오히려 귀에서 빠질 일이 없다. 다만, 귀에서 빠졌을때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불안한 것이라고 해야 맞겠다.
- 철가루 방지 스티커는 꼭 사는게 좋을것 같다. 그런데 기존 에어팟보다 그 면적이 훨씬 좁아서 붙이기 너무 어렵다. 케이스는 쓰지 않고 생으로 쓰고있다.
- 4만 5천원인가를 추가로 지불하고 AppleCare +를 신청할 수 있다. 에어팟 시리즈는 구조상 부분 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애플이 다 그렇지만) 고장나면 무조건 리퍼를 받아야 하는데, 애플케어 플러스를 등록해놓으면 2년간은 훨씬 싼 가격(약 4만원 인듯 하다.)에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오른쪽/왼쪽 이어폰+케이스 이렇게 3가지에 각각 금액을 부과하지 않고 수리진단 당시에 3가지 모두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1개일때와 동일한 가격에 통으로 교체해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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