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후기 : 재밌다, 신선하다. 그럼에도...
16부작으로 예정된 JTBC드라마인데, 5화 정도까지 넷플릭스로 보는 와중에 후기를 쓴다.
술집 운영하는 주인공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언제부터인가(특히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통한 백종원의 역할이 크지 않았나 싶다.) 부쩍 늘어난 요식업계에 대한 환상을 적절히 이용하려는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먼저 들었지만, 원작 웹툰을 보고 나서는 그러한 의심 따위는 쉽게 날아가버렸다.
원작 웹툰과 드라마는 디테일한 부분에 있어서 다소 차이가 있긴 했으나, 전반적인 줄거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내가 본 데 까지가 그렇다는 얘기다. 웹툰이던 드라마던 도입부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아버지 회사의 회장 아들(이름도 만악의 근원, '장근원'이다.)이 학교폭력을 행사하는걸 말리다가 때렸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질 않나, 기껏 아버지와 치킨집을 차렸더니 만악의 '근원'이 차로 치어서 아버지를 죽게 만든다. 결국 분노에 가득 차 장근원을 찾아가지만 살인미수로 잡힌 뒤 철창신세를 지고, 자그마치 15년 짜리 인생계획을 세우고 난 뒤, 하나 하나 계획을 실현시켜 나간다. 전과를 지고 시작하는 주인공도 흔치 않은데다 시원시원한 전개가 꽤나 흡입력있는데, 카카오 페이지에서 캐시 얻으려고 봤다가 한시간 넘게 봤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내가 특히 싫어하는 '한국적' 분위기가 완전히 빠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보는 데에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은 교도소 경력이 있는 전과자다. (물론 도의적인 기준에서 나쁜 친구가 아니지만) 소신, 정의를 중요시하는, 작가가 밝히길 '자신의 이상적인 캐릭터'라고까지 하는 캐릭터가 전과자임에도 설득력있다는 것은 꽤나 인상적이다. 아마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 덕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소재 자체가 참신했다는 점. 기존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들로 인해 지상파 드라마들이 죽을 쑤면서 동시에 종편에서 두드러지는 점인데, 기존에 찾아보기 힘든 소재를 다뤘다는 점이다. 원작 웹툰 작가는 '호프집 운영을 다루는 웹툰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한 소재를 위해 채용했다'라고 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던것 같다. 흔히들 아르바이트로 접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감정이입할 만한 구석이 많으면서("야, 거기 알바"라고 막말하는 진상 손님이라던가) 기존의 매체에서 쉽게 다루지 않은 소재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드라마가 특히 잘 만들었다기 보다는 웹툰 작가의 공이 압도적인 것 같다. 분명 주인공 역의 박서준은 남자가 봐도 멋있고, 외모가 원작과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던 김다미는 원작과는 별개로 극중의 역할과 찰떡궁합이고, 권나라는 너무 예쁘다... 배우들은 분명 열일하고 있는데, 드라마의 각본 문제이지 싶다. 아직 5화 정도밖에 보지 않았지만, 연출도 연출인데다 극중 조이서라는 캐릭터의 설득력이 아쉽다. 엄청난(인성도 엄청난...) 천재 소녀라는 점이 작중 내내 강조되는데, 아직까진 그저 인성 파탄난 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머리가 좋아서 대학교 합격도 하고, SNS 스타고, 이런건 전부 결과값이다. 작품 내에서 아무리 떠들어봐야 공허한 거품일 뿐이란 말이다. 사람들을 교묘히 조종하면서 이득을 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캐릭터의 행동으로써 얼마나 천재적인지가 드러나야 하는데, "얘는 이런애야"하는 식으로 대놓고 천재임만 강조하다 보니 파탄난 인성만 드러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치즈 인 더 트랩'의 유정이 얼마나 잘 만들어진 캐릭터인지 알 수 있다. 일단 아직 반도 보지 않은 상태이니, 끝까지 완결나고 나면 이 글은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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