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위쳐 시즌1 후기(The Witcher, 2019) : 입양딸 찾아 삼만 리
위쳐(The Witcher)
위쳐는 폴란드의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Andrzej Sapkowski)의 판타지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이다. 세계 각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영미권이 아닌 폴란드의 작품이니 만큼 아무래도 그 명성은 동유럽권에 그치고 있었는데, 이를 단번에 전세계구 급으로 확대시킨 일이 일어났으니, 바로 위쳐 게임시리즈의 흥행이다.
위쳐 게임 시리즈는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옮기지 않고, 소설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2015년에 발매된 '더 위쳐3 : 와일드 헌트'가 다수의 GOTY(Game Of The Year) 상을 휩쓸면서 국내에도 큰 관심을 얻게 되었다. 아마 이번 드라마가 넷플릭스로 제작되면서 큰 반응을 얻게 된 덕은 '더 위쳐3 : 와일드 헌트' 의 역할이 컸을 것이다. 필자도 위쳐 시리즈를 경험해 본 것은 위쳐 게임 3편이 유일하며, 기존의 위쳐 시리즈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그럴 것이다. 이 이야기를 굳이 하는 것은, 이 드라마가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제작했는가에 대해 먼저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드라마인가
냉정히 결론부터 말해서, 이번 위쳐 드라마시리즈는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조금 더 냉정해지자면 여기에서 "극호"도 제외해야 겠다. 모난 부분이 조금 있거든.
앞서 말했듯이 이제 위쳐 시리즈는 크게 3가지의 미디어믹스를 가지고 있다. 원작소설, 게임, 그리고 이제 시즌1이 공개된 드라마이다. 스토리상 타임라인으로 놓고보면 원작소설이 가장 먼저이며, 그 이후에 공백기를 가지고 게임시리즈(1,2,3편 모두 포함)가 가장 뒷 이야기다. 드라마는 소설의 내용과 게임 이전까지를 커버할 예정이며, 이번 시즌은 소설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 기존의 올드팬들과 완전한 뉴비들, 어중간한 위쳐팬들 3부류의 입장차이가 갈리게 되는데, 호불호가 갈리게 되는 큰 요소라고 추측된다. 기존의 올드팬은 꽤나 반감을 가질 만 하다. 이들은 소설은 물론이고 게임까지 섭렵해 위쳐 세계관에 푹 빠진 사람들이다. 실제로 드라마의 첫 티져가 공개되었을때 이들로부터 많은 우려가 터져나왔다. 주역을 맡은 헨리 카빌이 너무 젊어서 어색하다던가(솔직히 필자도 그렇게 느꼈다), 위쳐의 상징은 검을 두 자루를 다룬다는 점인데 왜 한 자루만 쓰는것인가(위쳐는 인간과 싸울때 강철검을, 괴물과 싸울때 은검을 쓰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서 항상 두 자루를 소지한다), 트리스 메리골드는 왜 이모양인가(배우분에게는 미안하지만 원작 이미지와 너무 다르다) 등이다.
'불만사항'에서 그칠 수 있는 올드팬들과는 달리 위쳐 시리즈 자체를 처음 접하는 뉴비들은 감상 자체가 힘겨워진다. 주인공이 속한 '위쳐'의 존재가 대체 무엇인지, 보통의 인간과 정확히 어떻게 다른건지는 일절 설명이 없다. 거의 극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어떤 시험"을 목숨걸고 통과해서 초인적인 존재가 된다는 정도가 밝혀지는데다, "마법사"들이 위쳐 세계관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그저 막연하게 추측해볼 수 밖에 없다. 그 중에서 더욱 미치고 환장하겠는 것은 작중 타임라인의 순서다. 본 드라마는 주인공인 위쳐 '게롤트', 세계관 최강의 마법사(로 성장하게 되는) '예니퍼', 특별한 마력을 지닌 칼란테의 공주 '시릴라' 3인의 시점에서 흘러간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점은 3인 각각의 타임라인이 뒤죽박죽이라는 점인데다 심지어는 그것이 서술트릭으로써 반전의 요소로 쓰인다는 점이다. 세상에.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해하라고?
앞의 두 부류와는 다르게 유일하게 위쳐를 즐길 가능성이 큰 부류가 있다. 바로 필자와 같은 어중간한 위쳐팬들. 아마 대걔는 게임 '더 위쳐3 : 와일드 헌트'의 플레이어들이다. 이들은 위쳐 세계관 자체와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에도 흥미가 있지만, 아직까지 선뜻 원작소설을 찾아보거나 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자연스럽게 각 인물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이 많았을 것이며, 이 드라마를 통해 크게 해소할 수 있을거라 생각된다.
게롤트, 예니퍼, 시릴라, 그리고 트리스 메리골드.
주인공인 게롤트는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헨리 카벨이 연기한다. 공개되기 전에는 기존의 팬들이 상상하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젊은 이미지가 강해서(팬들이 주로 원했던 이미지는 제이미 라니스터로 유명한 니콜라이 코스테르발다우였다.) 걱정들이 많았지만, 공개되자마자 모두의 의심과 걱정을 잠재웠을 정도로 게롤트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왜 칼은 한 자루만 사용하는가와 같은 소소한 의문은 뒤로 하고, 이번 드라마에서 게롤트는 위쳐로써 괴물 사냥 의뢰를 수행하며 크게 4명과의 인연을 쌓게 된다.
첫 인연은 음유시인 '야스키에르'이다. 폴란드판의 이름이 야스키에르이고, 영어권을 비롯해서는 '단델라이언'으로 더 유명한데, 대략 바람둥이+사고뭉치+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조력자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싸움과는 거리가 먼 음유시인이기에 개그캐릭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시리즈 내에서 시릴라와 게롤트가 운명으로 엮이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위쳐라는 집단에 관해 세계관 내에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델라이언 특유의 (미화된)노래를 통해 게롤트가 유명인으로 귀한대접 받게 해 주는 은인이기도 하다. 물론 본인에 대한 미화가 더 크지만.
두 번째 인연은 트리스 메리골드이다. 사실 가장 유명한 게임시리즈와 달리 원작에서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고 이번 드라마에서도 게롤트와는 괴물 퇴치 관련해서 접촉이 있는 정도였으나, 무엇보다 예니퍼의 든든한 동료로 마지막까지 등장했으니 차후 시즌에서 비중이 커질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는 조금 핑계이고 트리스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었던 이유는 다름아닌 배우의 캐스팅이다. 굳이 설명을 길게 하기보다는 사진으로 대신하는게 나을것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인연은 예니퍼이다. 예니퍼는 본래 엘프와 인간의 혼혈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골격이 뒤틀린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주위에서 박한 대접을 받았으며, 심지어 양아버지는 예니퍼를 헐값에 팔아넘겼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대상은 예니퍼의 갑작스러운 마법사용을 감지하고 찾아온 아레투자 마법학교의 교장, '티사이아 드 브리스'였다. 아레투자 마법학교에서 마법사 후보생들은 마법교육을 받게되며, 한 명의 마법사로 인정받게되면 세계 각국의 귀족과 왕족을 보좌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처음에는 마법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재능을 펼치지 못해 티사이아에게도 인정받지 못했지만, 힘든 어린시절로 쌓인 분노와 감정을 바탕으로 활용하면서 큰 잠재력을 보이게 된다. 그간 마법학교에서 제대로 마법을 해내지 못했던 것은 감정을 통제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자신의 자궁을 대가로(장기를 빼내는 모습이 대놓고 묘사된다.) 외모를 마법으로 "성형"함으로써 미인으로 거듭난 예니퍼는 사랑했던 연인 '이스트레드'에 대한 배신감과 귀족들에 대한 혐오감, 어린시절의 기억이 겹쳐 오직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뛰어난 마법능력과 외모, 그리고 재력을 가지게 되지만 여전히 사랑받지 못했던 삶을 살아서인지 작중 내내 자식을 가지고 싶어하는 모습이 묘사된다(이때문인지 훨씬 뒷이야기인 위쳐 게임시리즈에서는 시릴라를 자식처럼 여기게 된다.). 그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이것이 게롤트와 본격적으로 엮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시릴라 공주는 이번 드라마의 목표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신트라의 칼란테 여왕의 손녀이며, 엘프의 피가 섞인 모계혈통으로 인하여 대를 걸러 유전되는 특별한 마력을 가졌다고 한다. 그때문에 시릴라의 어머니(파베타 공주) 역시 강한 마법을 구사했으나, 조모인 칼란테 여왕은 평범한 인간이었다. 작중 내내 게롤트의 "운명의 아이"로 언급되는데, 착각하지 마시라. 연인이 아니라 입양딸이라는 소리다. 이 아이를 찾아가며 고군분투하는 이야기가 드라마의 후반부 핵심이다.
여하튼 게롤트는 단델라이언때문에 신트라에 들렀다가 졸지에 파베타 공주와 고슴도치 기사 '듀니'의 결혼이 정식으로 맺어지게 도왔고, 그들의 딸 시릴라를 우연성의 법칙(Low of Surprise)에 의하여 보상으로 얻게된다. 그게 뭐길래 딸을 내주게 되었냐고?
Low of Surprise
의외성의 법칙이라고 번역되는 Low of Surprise는 본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 개념이다. 인류의 역사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고 하며, 보상을 요구하는 방식 중의 하나였다. 주로 "당신이 지금부터 가장 처음 마주하는 예상치 못했던 것"의 형식으로 요구한다. 당연히 순전히 운에 의지하는 보상이므로 그게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나,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믿음만은 세계관 내에서 확고해서, '운명'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주로 목숨을 구해준 상대에게 "당신이 집에가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보상으로 주시오."하는 식으로 요구하며, 대걔는 시덥지않은 물건이나 곡식이 되지만 운이 좋으면 새로 태어난 가축 새끼가 걸릴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드물게는 자식이 태어나 보상으로 제공하게되는 경우도 있으며, 시릴라 공주가 바로 그런 경우인것. 작중에서도 잠깐 언급되지만, 마법으로 인해 강화된 인간인 위쳐가 생식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쳐 후보생들을 얻어올 수 있는 이유가 Low of Surprise 덕분이다.
시릴라 공주의 경우에는 부모와 칼란테여왕이 시릴라를 넘겨주려는 의지가 없었으며, 게롤트 역시 왕국에서 지내는것이 안전하리라 판단해 데려가지 않았으나 신트라가 북부왕국 닐프가드에 의하여 멸망하며 상황은 변하게 된다.
왕좌의 게임과의 비교
본 드라마를 리뷰하며 '왕좌의 게임'을 언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비교인것 같다. 왕좌의 게임 역시 괴물과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인 것은 맞지만, 마법과 괴물은 그저 수단일 뿐 결국에는 칠왕국 안에서 벌어지는 세력간의 현실성 넘치는 정치극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왕좌의 게임이 가장 호평받는 파트는 본격적으로 괴물들이 난립하기 전인 시즌 5까지였다. 반면 위쳐 시리즈는 마법으로 강화된 인간, 게롤트가 인간과 괴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해결하며 겪는 인간사와 괴물보다 더 인간성 없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핵심이니,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총평
시즌1이 공개되기도 전에 시즌2가 확정되었다고 한다. 시즌2는 2021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음 스토리가 궁금하기에 꽤나 기다려지는 편이다. 필자처럼 위쳐 게임시리즈만을 접해본 사람에게는 과거 스토리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좋은 수단이기에 추천할 만 하지만, 위쳐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원작자가 나이 지긋하신 분이라 그런지 게임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이 있나보다. 위쳐 게임시리즈에 대해 고소를 시전하셨던데(게임사의 잘못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 여론은 대부분 원작자를 비난하는 입장이다.), 최근 게임사(CD PROJECT)와 합의를 보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위쳐 4편이 드라마보다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왕좌의 게임과의 비교가 무리라고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CG이다. 편당 제작비가 1천만 달러 수준이라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비슷한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비교하면 B급 감성이 강하게 난다. 마법사가 무조건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화려한 마법을 구사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제한적인 마법을 구사하며 "현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묘사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드라마는 이쪽을 염두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전투씬을 비롯해서 작중 등장하는 용의 디자인이라던가, 몇몇 장면들이 흑역사로 남을만큼 끔찍해서 아쉬웠다. 본 드라마를 호평하는 쪽에서도 CG에 있어서는 말을 아낀다.
'REVIEW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태원 클라쓰 후기 : 재밌다, 신선하다. 그럼에도... (0) | 2020.03.09 |
---|---|
드라마 체르노빌 후기 : 20세기 최고의 인재(人災) (0) | 2020.01.21 |
[넷플릭스 추천] 종이의 집 시즌3 후기,리뷰(La Casa de Papel) (0) | 2019.09.27 |
[넷플릭스 추천] 다크 시즌2 후기/줄거리 : 더욱 복잡해진 재미 (4) | 2019.08.08 |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후기/리뷰: 탈(脫) 한국드라마의 가속화(Kingdom, 2019) (0) | 2019.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