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인간수업 후기 - 성매매 VS 학교폭력 (Extracurricular, 2020)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은 최근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온갖 흉흉한 성범죄소식들과 함께 성매매를 다룬다는 점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좀 더 정확히는 성매매를 주도하는 주인공, 그리고 성매매를 하는 동급생이라는 소재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확실히 몇년 전부터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는 한국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한국드라마가 한층 더 다채로워지고 발전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존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언제나 판에 박힌듯한 소재와 클리셰, 캐릭터들을 매번 문제은행으로 시험문제 출제하듯 조합했다는 점에서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JTBC, TVN과 같은 종편들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시도가 보였던 것 같다(응답하라 시리즈라던가). 웹툰의 영상화도 여기저기서 일어나면서 자연스레 기존에 없던 전개와 감성을 보여줬다는 것도(특히 미생이 가장 좋았다)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본다.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여주는데 첫째로, 돈이 많다. 돈이 많다는 점은 더 많은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대표적으로 킹덤 시리즈가 그러하다). 그 다음으로는 소재와 표현의 제약이 적다는 것이 있겠다. 이런 장점들을 바탕으로 인간중독은 무려 성매매라는, KBS같은 곳에서는 절대로 방영되지 못할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기존의 한국드라마의 단점들(뻔한 전개, 늘상 등장하는 씬, 쓸 데 없는 사랑타령 등)을 상당 부분 탈피했다는 점, 특히 배규리와 오지수가 끝내 연인이 되지 않고 열린결말로 끝나는 데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러고 보니 평소 한국드라마를 잘 보지 않아서인지 나는 항상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볼때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합격점이라고 했지만 어디까지나 볼만한 드라마라는 것이지, 명작 내지 수작이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개연성이 너무나도 허술하다
개인적으로 가상의 작품들을 감상할 때 개연성에 집착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창작물이기에 스토리 진행을 위해 허용되어야 할 여지가 있고,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세계도 상당수 우연에 의하여 돌아가기 때문이다. 개연성은 작품을 비판하기 참 편리한 수단이다. 객관적으로 수치화 되지 않아 비판을 방어하기 쉽지 않으며, 각본가는 완벽한 개연성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정도가 좀 지나치다. 엄한 부잣집 집안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배규리지만 심야 언제까지고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오지수의 휴대폰 잠금을 쉽게도 풀어낸다. 오지수는 본인 셀카와 돈자랑을 '업무용'휴대폰에 자랑스레 박제해뒀다. 증거물로 압수되면 본인것이라는 것이 곧바로 들통날텐데(실제로 극중 마지막에 상대방을 역으로 잡는 함정으로 쓰이는데, 그땐 지웠나보다).
오지수가 성매매 중개를 하게 된 계기와 과정이 명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어렴풋이 이실장과의 만남으로 암시되니, 이 정도면 괜찮다. 하지만 굳이 왜 성매매였을까? 그 머리로 유튜버했으면 훨씬 합법적이고 멘탈도 흔들일 일 없이 많은 돈을 벌었을텐데. 이 점은 특히나 후술할 문제점과 얽혀 작품의 뿌리 자체를 흔드는 요소가 된다.
아직 남아있는 구식 연출과 전개
인간수업을 정주행 한 지 좀 되었지만, 아직까지 안좋은 쪽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오지수의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장면이다. 친부가 아들의 거금을 가지고 잠적했는데, 그걸 찾으러 가는 과정이 굉장히 학원물스럽게 연출되었던 '이질적인' 장면이었다. 억지스러운 무리수가 정점에 달한 것은 서민희의 남자친구이자 일진, 곽기태가 바나나 노래방으로 일당을 이끌고 쳐들어간 장면이다. 그때까지 서민희를 '돈줄'로만 치부하고 심지어는 성매매 하던 것도 알고있던 녀석이 갑자기 무슨 정의감이 들어 거기로 갔을까. 심지어 같이 쳐들어간 애들은 왜 갔는지도 모른댄다. 본인들이 불구, 최소한 범죄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온갖 찌질한 방법으로 오지수를 괴롭힐 때와는 다르게 참 대단한 우정 납셨다. 흔히 등장하는 "마지막에는 그래도 좋은 일 한 번 하는 악역" 전개인데, 어떻게든 극의 전개를 이끌어내기 위한 무리수라고 생각된다.
왜 굳이 성매매인가
성매매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면서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성매매라는 소재는 가볍게만 다뤄졌다. 미성년자로써 성매매를 하고 있던 서민희는 그저 남자친구 선물 사줄 돈이 필요해서 성매매를 했단다. 심지어 다른 성매매 여성들 역시 그러한 생활들로 인하여 겪는 문제따위는 없이 매우 착실하고 성실한 '성노동자들'이시다. 자신들은 경호업이라고 주장?하는 삼촌과 이실장 역시 역할에 매우 충실하게 노동자들의 안위를 착실히 살피고 있다. 정작 작중 내에 등장하는 성매매는 불법인것은 차치하고 모두가 윈-윈인 성매매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성매매는 그저 10화 동안 진행되는 사건의 발단요소에 불과할 뿐이었고, 나머지는 그로 인해 얽히고 얽힌 인물관계에 따른 범죄물이었다. 솔직히 작품이 끝나고 난 뒤엔 청소년 성범죄보다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마치며
상술한 문제점들로 인하여 인간수업은 그 화제성에 비하여 크게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킹덤 시즌2에 이어 인간수업이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진짜 한류는 킹덤 시리즈가 아닌 인간수업이라는 맥락의 호평을 하지만, 나는 킹덤 쪽이 우위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최소한 인간수업은 볼만하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고, 특히 몇몇 장면들은 인상깊었다. 극중 오지수가 틀린 답을 고른 후회를 할 때마다 담임선생이 등장하는 환상 속 연출은 미드에서 흔히 남발하는(인물의 내면을 암시하면서도 자극적인 임팩트를 주기 위함인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연출을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굉장히 싫어한다 ... ) 미국제 환상 씬과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진보되었다.
요약하자면, 넷플릭스로 인하여 한국의 드라마는 점점 성적이 상승하고 있는 듯하여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 인스타그램 FOLLOW 하러가기 📬
→ 페이스북 FOLLOW 하러가기 📬
'REVIEW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왓챠독점작]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 후기 (0) | 2021.07.24 |
---|---|
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 2019) 후기 : 가장 현실적인 미래 (0) | 2020.10.25 |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 후기,리뷰 : 한양에서 시작한 역병은 돌고돌아 한양으로. (Kingdom, 2020) (1) | 2020.03.31 |
이태원 클라쓰 후기 : 재밌다, 신선하다. 그럼에도... (0) | 2020.03.09 |
드라마 체르노빌 후기 : 20세기 최고의 인재(人災) (0) | 2020.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