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즈 앤 이어즈(Years and Years, 2019) 후기 : 가장 현실적인 미래

이어즈 & 이어즈는 현재에서 바로 직후의 미래를 그린 드라마다. 인공지능이 완전히 상용화 되거나 하는 먼 미래가 아닌, 현재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미래를 그려서인지 더욱 생동감 있는 미래현실이 펼쳐진다. 당장에 1화부터 본 작은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정치적인 성향이 드러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루고자 하는 소재가 소재이니 만큼 당연하다고 볼 수 밖에.
예상했겠지만 트럼프의 행보는 결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한편 존 작의 주인공 가문인 라이언스 가는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데, 각 회차를 거듭하며 점차 시대의 물결에 휩쓸리게 된다. 여기에서 대부분의 미래를 대상으로 한 작품들과 방향을 달리하는 점은, 정말 그야말로 급격한 문명의 몰락이 아닌, 우리의 일상에서의 선택에 의해서, 혹은 선택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일들(관심을 가지느냐, 마느냐의 차이조차)에 의해 서서히 덮쳐온다는 점이다. 파격적이며 말도 안되는 정책을 들고온 자가 정권을 거머쥐고, 난민들을 가둬 비인도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모두를 속박하려 들어도, 거의 모두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이 흘러간다. 이렇게 '아무리 나쁜 일이 벌어져도 우리의 일상은 흘러갈 것'이라는 코드는 이어즈 & 이어즈의 마지막까지 관통하며 그들만의 관점으로 극을 이끌어가게 해준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방식이 상당히 완성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왕좌의 게임, 체르노빌 등등을 비롯한 HBO의 작품들을 두고 고증에 철저하다고들 하는데, 그러한 특성이 반영되어서인지 상당히 세심한 미래예측이 스며들어있다. 가령 빅토르가 작중 난민수용소에 갇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보지만 정작 머릿속에 외워두고 있는 전화번호가 없음에 한탄하는 장면이라거나, 대니얼의 전남편이 지구가 평평하다는 사실을 믿는다거나(해외에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비비안 룩의 몰락이 기술로 인해 흥해서 기술로써 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공중파 방송에서도 거리낌없는 파격적인 언행들로 주목을 받아 방송매체와 딥페이크 기술로 선거에서 승리를 거둬, 블링크라는 기술로 난민들을 가둬놓고 통신을 차단시켜 버려 '인종청소'를 계획했지만, 결국 이디스를 비롯한 행동가들에 의해 타워가 파괴되고 민중들의 휴대폰 카메라로 전세계 곳곳에 방영되며 그 치부가 전세계로 드러나게 된다.
이어즈&이어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 중의 하나는, 할머니 뮤리엘이 끝까지 사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흔히 이런 가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작품의 경우 가족 개인간의 갈등 발생 →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중심 상실 → 가족간의 유대감 강화 및 재결합으로 이어지는 뻔한 전개가 쓰이고는 하는데, 그러한 우를 범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사회의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난 시점에서 뼈있는 말들을 던진다.
다만 아쉬웠던 점으로는 1화 극후반의 핵전쟁이 너무나도 쉽게 잊혀졌다는 것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전략이자 미-중 분쟁의 일환으로써 훙샤다오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면서 1화를 화려하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언급되면서도 2화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잊혀진다. 이어즈&이어즈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가 '21세기의 아포칼립스는 한 순간이 아닌 서서히, 아무것도 아닌 척 스며들어온다'라는 것에 가깝다는 점에서 '핵미사일이 발생되어도 우리의 삶에는 큰 변화가 없을것'이라는 방향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생각해본다. 그럴지도 모른다, 윗동네에서 맨날 바다 어딘가에 미사일을 쏴올리고, 연평도에 포격을 쏴대고, 국경에 지뢰를 파묻어도 결국 우리 삶에는 크게 달라지지 않긴 했지. 그래도 핵무기는 사상자까지 나왔는데 좀 이야기가 다르지 않을까?


마지막 이디스의 '트랜스휴먼'화가 진행되며 나오는 독백도 부자연스러웠다. 이어즈&이어즈는 굉장히 정치적, 사회적 성향을 짙게 깔고 간다. 한 대가족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어디까지나 에피소드를 이끌어가기 위한 중심이 될 뿐, 가족애와 같은 감성적인 면이 부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디스가 작품 맨 마지막에 방사능에 피폭된 육신을 버리고 데이터로 업로드하며 자신의 본질은 '사랑'임을 강조하는 장면은 굉장히 뜬금없었을 뿐만 아니라 6화 동안 쌓아온 전반적인 스토리 텔링에 '답지않게' 오그라들었다.
→ 인스타그램 FOLLOW 하러가기 📬
→ 페이스북 FOLLOW 하러가기 📬
'REVIEW >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드라마 D.P. 리뷰 - 월급 15만원의 블랙코미디 (0) | 2021.09.05 |
---|---|
[왓챠독점작]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 후기 (0) | 2021.07.24 |
[넷플릭스 드라마]인간수업 후기 - 성매매 VS 학교폭력 (Extracurricular, 2020) (0) | 2020.07.14 |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시즌2 후기,리뷰 : 한양에서 시작한 역병은 돌고돌아 한양으로. (Kingdom, 2020) (1) | 2020.03.31 |
이태원 클라쓰 후기 : 재밌다, 신선하다. 그럼에도... (0) | 2020.03.09 |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