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독점작]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 후기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두 죽고난 뒤의 포스트아포칼립스를 그린 이탈리아 6부작 드라마이다. 스페인 드라마인 '종이의 집' 때에도 느꼈지만 넷플릭스, 왓챠와 같은 OTT의 영향으로 미국+영국 드라마에 갇히지 않고 전세계의 다양한 컨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는것은 큰 장점인 것 같다.
또스트아포칼립스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의 구성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이 대량으로 죽게되며 미성년자에게는 병이 발현되지 않아 아이들만 살아남게 된다. 주인공인 안나와 동생 아스토르는 어른들 없이 살아가야할 아이들을 위해 어머니가 남겨준 노트를 나무위키 삼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리고 안나가 살아가는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는 파란 아이들과 하얀 아이들이 실세로 군림하고 있는데, 성인들은 모두 죽고 없기 때문에 미성년자로만 이루어졌지만 그 특유의 광기와 머릿수로 인해 다른 집단들을 약탈하고 납치하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 어느날 동생이 파란아이들에게 납치당하게 되고 납치당한 동생을 다시 데려오기 위해 안나는 고행길에 오르게 된다. 먼저 지도를 얻기 위해 '쌍둥이'가 운영하는 물물교환소에 찾아가지만 정작 본인이 납치당하고 노예취급을 받다가 친구 피에트로의 방문으로 인한 빈틈덕에 탈출에 성공한다.
기여코 파란아이들의 본거지에 찾아가지만 정작 동생 아스토르는 그다지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파란아이들의 본거지가 예상외로 복지가 나쁘지 않았던데다, 그동안 안나가 동생에게 거짓말하며 집 밖으로 못나가게 했다는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에 신뢰가 없어진 것이다.
어떻게든 동생을 되찾아 가려는 안나는 결국 파란 아이들의 수장 안젤리나와에게 쫓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뱀에게 물려 한쪽 팔을 잃게 된다. 그리고 파란아이들의 생각이 무엇인지도 알게된다.

파란아이들의 근거지에는 인터섹스(생식기 분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남성과 여성의 생식기를 불완전하게 가지고 있는 것)로 태어난 사람이 성인임에도 살아있었던 것이다. 완전한 여성도, 그렇다고 어리지도 않다는 점에서 반의적으로 '어린여자'로 불리고 있다. 수장 안젤리나는 '어린여자'를 제물로 바치면 모두 바이러스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사상을 퍼트리고 있었던 것.
무엇보다 안젤리나 본인도 병증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파란아이들은 특유의 의식중 하나로 파란 물감으로 전신을 칠하는 행위가 있는데, 이 파란 물감으로 인해 바이러스로 인한 증세 중 하나인 붉은 반점을 숨길 수 있었던 것이다.
때묻지 않아서 더 소름끼친다.
굉장히 평범한 진행의 포스트아포칼립스 구성이라고 했지만 '안나 : 죽지 않는 아이들'이 그리고 있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는 다른 창작물과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아이들만 남은 세계이다. 어른들이 살아남은 세계는 어른이 아이를 지켜나가는 경우가 많고, 어른들의 세계이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며 이기적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상호작용하는 세계와 갈등을 보여주게 마련이지만 아이들만 남은 세계는 다르다.

어른이 되면 병이 발현하여 죽게되는 세계는 굉장히 절망적인 세계이다(어린여자의 존재가 극중에 밝혀지기 전까지는). 생식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인간이라는 한 종의 관점에서는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이나 다름없기에 무슨 발버둥을 쳐도 모두가 하나 둘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이기 때문인지 세계 자체는 '절망적'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괴하게 그려진다. 아직 성인이 아니기 때문에(아이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세계를 접근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존 창작물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성적인 악행도, 선행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로지 극중에서 나타나는 유일한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는 행위는 연인의 감정을 가진 피에트로와 가족인 아스토르와의 관계 뿐이다.

첫번째의 요소에 따르는 이야기인데, 그렇기에 세계관이 기괴하고 주술적이다. 그로 인해 차별적인 분위기와 전개가 일어나는데서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낄 것이다.
문명이 붕괴하고 나니 복고가 찾아온다. 좀 오래된 복고풍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파란 아이들의 복장이다. 온 몸에 파란 칠을 하고 헬멧, 플라스틱 쪼가리 등 문명의 잔재로 만든 가면과 치장을 한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문명화 이전의 토테미즘을 지닌 원시부족을 보는것 같다.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어린여자와 같이 살아남은 성인이 있으니, 모두가 죽은것은 아닐것이다. 그들의 도움을 받고 미래를 도모하자.'와 같은 이성적인 생각은 없고 막연히 어린여자를 제물로 바치면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종교적 믿음에 지배받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안나도 죽은 어머니의 시신을 예쁘게 데코레이션해서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누워있던 자리에 장식해놓았다. 일반적이라면 아무리 혈육이라 해도 불쾌히 여길 법한 유해를 집안에 구석도 아니고 안방에 두는것은 매우 이질적이다. 마치 소중한 사람의 유해를 장신구로 활용하는 지구 어딘가 공동체들의 모습과 겹친다.
주술적인 모습과 더불어 두드러지는 점이 비사회적이고 문명화 되지 않은 사고방식이다. 안나가 뱀에게 물려서 팔을 절단하는 진단이 그러한데, 파란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안나가 죽던말던 상관없다. 오히려 몸부림치는 안나를 붙잡고 팔을 절단하는게 더 고단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파란아이들은 뱀에 물려서 괴로워하네?→어디선가 봤는데 피를 통해 독이 퍼지니 팔을 잘라내야 살수 있다→팔을 톱으로 자르자의 단순한 프로세스로 사고가 흐른다. 아이들이기에 할수 있는 일이다. 성인이라면 관련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혈, 마취, 절단 부위, 소독이라는 개념을 동원해야 할수 있는것이 절단인데, 세상물정에 밝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디서 본 대로 톱을 가져와놓고선 잘라내놓고 잘려나간 팔의 장례식을 어디선가 본것처럼 당사자인 안나 앞에서 치른다.



생존을 위해 힘을 가진 권력집단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일은 노예를 부리는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파란아이들은 정작 잡아온 아이들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키는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특별히 하는 일이라곤 어린여자를 제물로 바치기 전까지 사람을 모으고 자기들끼리의 의식을 즐기는 것 뿐이다. 마지막 날 광란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부모님이 외출하시고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모아 자기들끼리의 파티를 벌이는 청소년기가 떠오른다.
이렇듯 안나 : 죽지않는 아이들은 문명이 붕괴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인류 문명 이전 혹은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라나기 전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질감과 기괴함에 이끌리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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