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D.P. 리뷰 - 월급 15만원의 블랙코미디

솔직히 처음에는 D.P.의 예고편만을 보고 한호열의 오버액션을 보고 반드시 무겁게 다루어야만 하는 주제를 가볍고 코믹하게 다루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깔끔하게 그런 걱정을 날려주었다. 오히려 한호열의 가볍고 코믹한 연기는 시종일관 무겁게 진행되는 극의 감초가 되어주었다. 한호열 역이 없었다면 지나치게 무겁고 가학적인 드라마가 될 뻔 했다.

나는 14년도에 일이등병으로 지냈다. 군전투지휘검열을 마치고 난 주말, 임병장 사건이 일어나 취침시간에 몰래 다같이 뉴스를 틀어놓고 보던 기억이 난다. 본작 D.P.는 마침 2014년의 헌병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몇몇 인물들을 통해 군 내에서 실제로 일어났다고 전해지는 가혹행위들을 낱낱히 보여주고 있다.
동일한 시기에 군생활을 보냈음에도 내가 있던 부대는 정말 다행히도 그만큼의 가혹행위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물리적인 폭력과 가혹행위가 없었다. 나라도 조석봉과 같은 일을 당했다면 미쳐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겪어본 일처럼 몰입해서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황장수는 분명 악마같은 사람이다. 과거에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몰라도 이미 자신말고는 그러한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악마같은 가혹행위를 계속하며, 심지어는 그런 행위를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이다. 마지막 전역일에도 조석봉은 사과하라며 용기를 내서 말해보았으나, 성의없는 사과와 '이미 다 지난일 아니냐'는 흔한 가해자의 마인드를 지니고 있다.

조석봉은.. 모르겠다. 분명 사람이 변할정도의 가혹행위를 당한것이 맞으나, 그도 결국엔 그러한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 있었다. 분명 그가 다른 점이라면 선임들과는 달리 내리갈굼을 즐기지 않고 불편해 하는 모습이었다는 점, 그것만이 내면에는 아직 선한면이 남아있다는걸 알 수 있게 해준다. 후반부의 폭주도 그렇고 사람마다 평은 달라질 수 있으나, 보통은 동정에 표를 던질 것 같다.
사람이 집단을 이루면 서열이 생기고 따돌림과 괴롭힘이 생기는 것은 슬프게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알고있다. 대표적으로 학교생활이 그러하며, 성숙한 성인들이 모여인 사회의 직장에서도 따돌림은 존재한다. 하지만 유독 군대는 심하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황장수도, 사람이 망가질 정도로 고문을 당해야 했던 조석봉도, 결국 병역의 의무라는 이름 아래 푼돈을 받고 억지로 끌려온 기간병이다. 황장수가 분명 나쁜 악인임에는 변함없지만, 그들을 한데 붙여놓고 심지어는 그걸 알면서도 어떠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묵인해놓고는 나쁜 짓을 저질렀으니 나쁜 녀석이 되고, 그걸 당하게 방치당한 녀석은 정신이 나가버려 폭주하니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사회적 상황이 불편하기 짝이없다. 그러한 상황이 이루어지게 만든게 누군데... 밖에서 만났더라면 그정도로 비극으로 빠지진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는 극중 마지막, 신우석의 누나가 납골당에서 안준호에게 '그렇게 괜찮은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왜 돕지 않았냐, 당신은 방관자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때 굉장히 불쾌하기 짝이없었다. 무슨 주제와 의도를 가지고 던지는 대사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린 그러한 주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동료를 떠나보낸 안준호가 방관자까지 떠맡아야 하는가?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탈영 할 일이 없듯, 애초에 끌려오지 않았다면 방관자가 될 일도 없었다(방관하지 않고 이등병으로써 무얼 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라는건 차치하고). 궁극적으로 잘못한 주체는 이러한 환경을 알면서도 수십년째 개선하지 않고 방치한 자들이다.

요약하자면 우리를 열광하고 분노케 하는 6부작 드라마는 15만원 남짓되는 월급을 주며 '의무'라는 이름으로 끌고와 놓고, 인권이 유린당하는 공간에 방치하며, 그곳을 벗어나면 탈영이라 범죄자로 낙인 찍은 뒤에, 그걸 다시 월 15만원 주고 잡아오라는, 심지어는 월 15만원 주고 총을 쥐어주며 한 방에서 지낸 동료를 쏘라는 미친 블랙코미디이다.

구타와 가혹행위를 직접 실행한 것은 선임병일지라도, 그 환경을 조성하고 방관하며 제대로 책임지지 않은것은 결국 대한민국 국방부이다. 대한민국 국방부가 최종 가해자라는것, 이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핵심이다. 아마 우리 모두가 극중 나타나는 가혹행위를 당한 것이 아니지만, 그리고 모두가 군 생활을 겪어본 것은 아님에도 여기에 열광하고 공감하는 것은 그 핵심을 다들 직감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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