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 2022) - 학교라는 감옥에서


바야흐로 코리안 좀비 전성시대다. 부산행의 열차 좀비로 시작된 코리안 좀비는 킹덤의 조선 좀비를 거쳐 학원 좀비에 이르렀다. 좀비라는 장르 자체가 다른 여타 장르에 비하여 꽤 구체적으로 정의된 감이 있다. 멀쩡한 사람이 좀비가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그것이 쉽게 전염되며, 재난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생존자들끼리 발생하는 갈등까지가 ‘좀비물’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다. 공포/스릴러/드라마/멜로/스포츠 등등의 다른 장르들에 우리가 떠올리는 필수요소를 생각해보면 좀비물에 대한 정의와 클리셰는 꽤나 타이트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좀비물은 다른 장르들에 비하여 파격적인 시도가 적었던 것 같다. 기껏해야 좀비들의 대한 유래와 설정 및 해결방안에 관해 변화를 주는 정도였다. 그랬던 좀비물이 넷플릭스에서는 한반도에 등장하다 보니 서구권 사람들에게는 그것 자체로 신선하게 다가왔나 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강점은 단연 학교라는 공간의 활용이다. 원작 웹툰을 접해보지는 못해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지, 제작 의도가 그러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한 단점을 ‘지우학’은 학교 내로 공간을 한정지음으로써 차별화를 시도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돈많은 동네의 신축이 아닌 이상) 외관상 굉장히 폐쇄적이다.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에 똑같은 크기로 짜여진 교실이 한 층에 몇 개씩 대략 5층 정도의 높이로 배열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교실이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곳은 방송실, 어떤 곳은 음악,과학,미술실. 각각의 역할을 하는 공간이 분명 존재한다. 교무실에서는 휴대폰을 수업시간 동안 수거하여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는 교무실에 가야한다던가, 방송을 해야하는 특성상 밀폐된 방이 하나 더 가진 구조의 방송실, 드론 부품이 보관되어 있는 과학실, 그리고 높은 책장이 가득한 도서실 등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한민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모두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학교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받아들이는 데에 무리가 없다. 이에 따라 ‘지우학’의 대부분의 진행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학생들의 행적이 주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 학교는’을 수작이라고 추천하기 망설여지게 하는 요소는 단연 진부함이다. 전반적인 좀비의 발생과 전개는 기존의 좀비물과 다를 바가 없고 좀비의 기원도 고등학교 과학선생이 호르몬 추출이라는 점은 지나치게 현실성 없이 단순하다. 또한 동료 한 명이 희생하고 죽어갈 때 마다 슬프고 절망하는 것이 당연하며, 현실적이다. 그러나 ‘지우학’에서 등장하는 주요 무리들은 꽤 많은 편이고, 이들 한 명 한 명의 희생을 딛고 나아갈 때마다 속된말로 “분위기 초친다”.


죽은거 슬프긴 할텐데 완급 조절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고 느껴졌다. 어차피 잠깐 슬퍼할 거 알고, 이거 끝나면 다시 호다닥 뛰어야 하는 것 다 알고있는데 흐름을 많이 해치고 있다. 실제로 초반부를 제외하고 중후반부에 이르러서는 해당 부분마다 10초씩 스킵하고 나니 확실히 보는 재미가 늘었음은 물론이고 전개가 처지지 않았다.
특히 이제 슬슬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로 굳어가는 ‘학교폭력’은 물론이고, 미성년자 미혼모, 사이버 렉카(이슈 유튜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만드는 좀비사태 입시 특별전형 언급까지, 뜬금없다 싶은 것들까지 전부 섞어버렸다. 어차피 언급만 하고 땡이고 빼버렸어도 크게 전개에 영향이 없었을 것들인데 굳이 넣어줘야 했을지 의문이다. 공중파의 드라마는 투자자의 입김에 좌지우지 하는 점이 단점이었는데, 넷플릭스에서는 제작자의 의도가 최우선으로 존중되다 보니 자꾸 창작자의 욕심으로 인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의외였던 점은 특임대 소수 인원만으로 대량의 좀비를 제압하는 장면이다. 인간 중에서 가장 죽이는 데에 특출난 사람들인데, 기존 좀비물에서는 항상 지나치게 무력하게 등장했어서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좀비의 기원과 설정에 관한 기반이 부실한 대신 윤귀남, 최남라와 같은 감염자들을 통해 흡사 “능력자 배틀물”같은 양상을 보여준 점도 신선했다. 다만 결말이 차기 시즌의 가능성을 예고하는 듯 한데 이렇게되면 좀비물 보다는 능력자 배틀물이 되어 버리는 일은 없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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