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완다 비전(Wanda Vision, 2021) 후기 - 가까이서 보면 히극, 멀리서는 비극

‘어벤져스 : 엔드게임(Avengers : Endgame,2019)’이후로 간만에 다시 만나는 어벤져스다. 이터널스나 샹치는 어벤져스 시리즈 이후 분들 이시고, 블랙 위도우는 사실상 과거의 이야기, 스파이더맨은 엔드게임 완전 직후 였으니 말이다.
길어야 두 시간 반 정도인 영화라는 매체와 달리 비교적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드라마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가 기대 되었는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영상의 컨셉이다. 원래 마블의 영화들은 히어로물이라는 기본장르에 부가적인 요소로써 특정 컨셉들을 가미해왔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스페이스 오페라, ‘캡틴 아메리카’는 첩보물, ‘아이언맨’은 SF를 섞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 ‘완다&비전’에서는 부가적인 요소로 끝나지 않고 아예 1950~2000년대의 미국 시트콤을 되짚어보는 듯한 연출을 보여준다.


시작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1950년대 전형적인 미국의 흑백 시트콤처럼 시작한다. 여느 단란한 가정과 다르지 않게 완다와 비전이 신혼생활 중 웨스트뷰로 이사 온 직후다. 마블 영화를 접해온 관객이라면 틀림없이 첫 장면부터 적지 않은 당황을 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흑백과 요즘 영상비율에 맞지 않은 4:3 비율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분명 마인드스톤이 파괴되어 죽은 비전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완다와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트콤식 전개는 작품 전반부 내내 계속된다. 중반부에 이르러서는 컬러시대가 도래하며 영상도 컬러로 바뀌고 점차 2000년대를 지나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일의 연출법이 쓰인다.






어쨌거나 비전과 완다의 결혼생활을 메인 테마로 하는 진행이 주가 되기 때문에 상당히 가벼운 에피소드가 주가된다. 직장 상사 내외를 집에 초대한다거나, 이웃에게 초대를 받는다거나 하면서도 비전이 안드로이드라는 점을 숨기거나 완다의 마법을 들키지 않고 사용하는 등의 일이다.
이렇게 가볍고 소소한 이야기들로 작품의 전반부를 채워나가지만, 그걸 지켜보는 우리는 마음 한켠으로 꺼림칙함과 불편함을 떨쳐내기 힘들다. 이미 어벤져스 시리즈를 알고 있는 우리는 비전은 이미 죽었기에 완다와 비전은 이미 이뤄질 수 없는 관계이며, 따라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은 가짜이고 만약 비전이 엔드게임 이후에도 살아있다면 이 커플은 이렇게 살고 있겠지 하는 씁쓸함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객이 마음 한켠에 가진 그런 씁쓸함은 마냥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는 와중에 등장하는 이질적인 요소들로 인해 섬뜩함이 증폭된다. 분명 5,60년대의 배경인데 흑백 화단에 떨어져 있는 붉은색 장난감 비행기라던지, 마당 앞 맨홀을 열고 나타나는 방사능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라던지, 그런 요소들을 겪으며 마침내 이 완다&비전 속 세계는 가상의 조작된 세계이며 외부에서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완다라는 캐릭터는 어벤져스와 함께한 지 꽤 되었으나, 정작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린시절에 겪은 불행과 어벤져스 시리즈 내내 겪어온 각종 사건들로 인해 어딘가 불안정한 모습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완다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러한 매력을 효과적으로 부각시켰다. 마을을 통째로 완벽히 컨트롤 할 정도의 마법을 구사하면서도, 끝끝내 비전의 죽음으로 인해 행복해지기는 글러먹은 처지에서 촉발된 웨스트뷰 사태는 함께 해온 시간은 길었으나 접한 기회는 적었던 히어로 “완다 막시모프”를 만회시킬 효과적인 한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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