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 후기/리뷰 - 2020년대에 복습하는 남북관계
설정만으로도 신선했어
영화 모가디슈는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사관을 철수한다는 굉장히 단조롭고 심플한 진행이었음에도 신선했던 요소가 몇 가지 있었다.
20세기의 대한민국은 언제나 흥미롭다. 80년대 이후 고성장기를 지나 선진국에 진입한 21세기의 대한민국 국민이 보기에 70,80,90년대의 대한민국이 매우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70년대엔 북한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생활수준을 지나 80년대엔 고도 성장기를, 90년대엔 세기말적 분위기에 외환위기를 겪었다. 모가디슈는 그런 90년대의 소말리아에서 외교관들이 소말리아 내전을 겪는 배경을 다루고 있다.
슬슬 가난한 시기를 지나 경제적으로 선진국을 향하고 있지만 아직 외교력은 그렇지 못한 시절(90년대에 대한민국이 UN가입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생각지 못했다.) 소말리아 장관의 협력을 받기 위해 북한과 아둥바둥 해야 하는 처지, 소말리아라는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친숙지 않은 공간이 어우러져 작중 배경만으로도 신선함을 더했다.
옆집 아저씨의 남한, 인간병기의 북한
그 외적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영화 내에서 드러나는 북한에 대한 스탠스이다. 영화 의형제, 강철비와 같이 북한을 소재로 하는 영화에서 종종 북한을 그려내는 방식이 있는데, 미인형의 북한/옆집 아저씨같은 남한 , 인간병기의 북한과 인간적인 남한과 같은 설정이다.
북한 출신의 인물들이 유독 전통적인 미남형으로 등장하는 점은 역설적으로 우리(남한)가 더 우월하다는 심리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랬는데(아마 스탠드업 코미디언 크리스 락이었던 것 같다) 키 큰 사람에게 키 큰 걸로 농담하는건 괜찮지만, 키작은 사람보고 키작은걸로 농담하면 안된다고. 왜냐하면 그건 너무하니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생각하기에 못살고 불행한 삶을 살아온 북한사람을 외형적으로 남한보다 못난 사람을 등장시키는데에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후술할 '미지의 대상'으로써의 이유도 있을것이고.
북한을 경계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던 시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미지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어서일까 '아무튼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와는 다른 존재'임을 확연히 드러내는 방식으로 철저히 공산주의 세뇌교육을 받고 각종 전술에 통달한 전투병기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기존 매체에서와 다른 인민동무들
모가디슈엔 이러한 기존의 "우리 머릿속의 북한 인민동무들"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물론 당에 충성하고 그 특유의 화법과 행동양식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허준호 배우가 연기한 림용수 인물이 당뇨때문에 미제 인슐린을 쓰는 장면도 그렇고, 크게 싸움으로 전투병기 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은 없다거나, 국제적으로 원조받는 나라인 북한에서 소말리아의 빈민층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이라거나, 어딘가 다른 구석이 있다.
막상 관람할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다시 글을 쓰면서 생각나는 점인데, 각국의 수장인 한신성과 림용수가 서로 경쟁하던 초반부에 말을 섞는 장면도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싶다. 지금까지 북한의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흔히 어딘가 '현상수배에 등장할 법한 인물'로 그려졌던 것 같다. 얼굴, 이름, 스펙은 알지만 직접 다가가기 보다는 경계하고 주의관찰이 필요한, 서류상으로만 파악된 인물 정도? 하지만 한신성과 림용수의 관계는 기존과 달랐다. 림용수를 평가하는 한신성의 말에는 왠지 모르게 '업계 선배님' 쯤으로 대하는 뉘앙스가 있었으며, 심지어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대놓고 면전으로 찾아가 '페어플레이 합시다'라며 따지기도 한다. 마치 서로 다른 라인타고있는 업계 선후배 같은 모습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
마지막은 남측과 북측이 쿠바 공항이었나, 각자의 차량에 탑승해서 정 반대의 길을 가며 뒤돌아 보지 않는 장면이다. 이 마지막 장면으로써 북과 남의 스탠스가 명확히 전해졌다. 어디까지나 국가대 국가로써 도울건 돕되, 각자 알아서 갈길 가자고.
작중 북측이 남한의 대사관에 도움을 청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살기 위해서였고, 아직 철수하지 않으면서 무장 경호를 받는데다 언어가 통해 도움을 구하기 용이한 곳이었기 때문이지, 같은 민족임은 아니었다. 만약 남한 외에 비슷한 요건을 가진 다른 나라가 있었다면 어디든 요청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듯 모가디슈에서 작중 내내 북한은 이해못할 존재도 아니며 윗동네에 살고있는 이웃국가 그 자체로 인식되고 있는데, 거기에 더이상 '한 핏줄'의 개념은 희미해져 있다. 이제는 더이상 '한 민족'이라는 호소도 설득력을 잃어가는 시대에 걸맞은 인식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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