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후기
여성에게 바쳐진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여성영화'이다. 원작 소설은 82년생에 가장 흔한 여성 이름인 '김지영'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가장 일반적인 여성을 통해, 현대사회에 만연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일화 형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성에 대한 성차별을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진영에서는 극찬을 받는 반면, 정치적인 이유와 결합하여 '페미정부'를 표방하는 현 정부의 친페미적 행태에 질릴 대로 질린 2030남성들에게는 불쏘시개 취급을 받는 '호불호가 명확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필자는 원작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아직도 만연해있고, 그것이 없어져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원작소설이 의도하는 바와 적으로 간주하는 대상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로 다시 만들어진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조금 다른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여성의 차별을 나타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를 유리하게 가져오는 등의 편법을 쓰던 원작과는 달리 '빙의'라는 다소 신선한 컨셉을 도입해 극의 진행을 매끄럽게 만들었고, 한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신파'역시 절제되었다는 점이 '소설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빙의 컨셉에 관하여
작중 김지영은 시어머니를 비롯해 심지어는 처음보는 행인들에게까지 불합리한 일들을 당한다. 거기에 육아에 대한 압박감까지 더해진 탓인지 점점 초췌해지며 중간중간 다른 인물들이 빙의된다. 이러한 원작에 없던 설정은 꽤나 신선했다. 때로는 꽤나 뜬금없지만 그로 인해 이야기가 물흐르듯이 흘러가는 느낌이라 스토리 전개를 위한 신의 한수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문제는 후반부였다. 이러한 빙의 증상이 점차 주변 인물들에게 알려짐에 따라 극중 인물들의 대립은 점차 심화되어갔다. 그에 따라 자연히 남편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이 영화는 사회고발 영화라는 점이다. 빙의 컨셉부터 비현실적이다. 이 영화는 사실성이 중요한 영화인데. 여성이 어떤 편견과 족쇄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지, 그로인해 어떤 고통을 받고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빙의 컨셉은 가면 갈수록 이에 방해가 되었다. 김지영이 불합리한 취급을 받아 힘든건지, 빙의 증상으로 정신병 취급을 받아 힘든건지 그 의미가 희석되고 말았다.
성별 논쟁에 있어서도 여전히 아쉬운 이해도
까놓고 말해서 작중에 등장하는 남성은 김지영의 남편과 친동생 2명을 빼놓고는 거의 병x으로 묘사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김지영을 옭아매는 사람, 그러한 관념의 피해자이지만 다음 세대가 그러한 일을 겪게하고 싶지 않은사람, 그러한 피해자로써 의지를 다잡고 헤쳐나가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이 고루 등장하는 여성들과는 대조적이다. 현실성이 중요한 영화인데,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다.
남편이 집안일하기를 꺼려하는 까닭은 집안일이 단순히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불합리한 일들을 겪는 김지영과 마찬가지로 세상과의 싸움을 직장에서 겪고, 집에서조차 집안일을 '돕는것'이 아닌 '당연한 것'이라고 취급받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깡그리 무시되었다. 작중 김지영 남편은 김지영 본인 만큼이나 힘든일을 겪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것은 '빙의'를 겪는 김지영의 남편이기 때문이지, 현시대를 살아가는 '남편'이어서가 아니다. 그러한 점은 작품에 전혀 나타나 있지 않다. 직장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라고는 워크샵을 듣고 편하게 커피 한 잔하며 동료들과 수다떠는 장면, 회사옥상에서 다시 한 잔, 사무실에서 인터넷 검색 정도다. 마치 누가보면 편하게 돈벌어와서 힘든 '독박육아'를 하는 김지영을 돕는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위해 다소 작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김지영의 남편인 정대현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가장 아쉬움이 남았다.
총평 :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 되길 바라며
대한민국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남성이 더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82년생 김지영은 엄연히 사회를 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설을 원작으로 많은 호응에 힘입어 영화화된 '사회고발' 영화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대한 높은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마땅하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여전히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여성'의 범위에만 그친다는 점이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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