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 아스트라 후기&리뷰 (Ad Astra, 2019)
Ad Astra(2019)
애드 아스트라는 브래드 피트가 첫 도전하는 SF영화로 주목받은 영화다. 제목의 의미는 '별을 향하여' 정도. '퍼스트맨'때도 느꼈지만, 영화 '그래비티' 이후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에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분위기를 통한 '체험'을 강조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약하자면, 예전의 우주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꽤 시끄러웠지만, 이 영화는 많이 잔잔하다는 의미다.
여정의 끝, 그 너머
다만, 이 영화가 단순이 잔잔하고 지루하다라고 치부하기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두 가지의 점에서 그렇다. 우선, 애드 아스트라는 탐험이나 체험이 아닌 그 너머를 다루고 있다. 지금까지의 SF영화와는 사뭇 다른 주제다. 지금까지 주로 다뤘던 우주 테마의 영화는 미지의 세계에서 조우한 존재와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그러한 공간에서 겪는 사건사고를 다룬다. 최근 몇 년간 주목받았던 영화들인 컨택트(원제 : Arrival),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이 그러했다.
모두 특이한 존재를 만나거나, 아무도 가본적 없는 곳을 가거나, 홀로 조난당한다. 하지만 애드 아스트라는 그러한 모든 이야기의 다음을 넘어다 보고 있다. 과정이야 전부 겪었다 치고, 미래의 인류가 자신들의 기술을 총동원해서 태양계를 탐색하고 나면? 그랬는데 정말로 우리 뿐이라면? 그리고 그걸 온 일생을 바치고 나서야 최초로 깨달은 사람은 무슨 느낌일까. 콜럼버스는 아메리카라도 발견했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자의 상실감은 어떨까?
가장 현실적인 SF
둘째는 현실감이다. 애드 아스트라는 최근의 우주 소재의 영화들 중 가장 현실적인 우주여행을 보여준다. 물론 얼마나 과학적인가는 별개이다. 다만, 인류가 화성까지 진출한 상황에서의 우주여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굉장히 그럴싸하게 나타난다. 보통은 지구 → 우주선 → 정거장(달 혹은 화성) 정도의 씬으로 넘겨버리거나, 워낙 발달한 하이테크놀로지로 우주선이 그냥 비행기마냥 착륙한다거나 정도의 연출로 때워버리는데, 애드 아스트라는 인류가 달로 출장을 다녀오는 시대가 온다면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지구를 떠나는 로켓에 탑승하기 전, 탑승절차를 밟는 장면은 흡사 공항과도 비슷했지만, 건강상태를 굉장히 세밀하게 검사하며, 탑승하고나서는 마치 승무원처럼 안내사항을 전달한다든가, 기내식 혹은 물품을 가져다 준다던가 하는 장면도 있었다. 달의 정거장에 도착해서는 마치 비행기에 내린 뒤 전철을 타고가는것 처럼 그 과정이 은근히 디테일했다. 심지어는 달의 뒷면(달은 언제나 같은면을 지구와 마주본다.)으로 향하는 동안 습격해오는 '달 버전'해적들도 있다. 이렇게 흡사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건너가는 여정을 조금 더 발전시킨 듯한 모양새로 여정을 연출하는데, 이것에 의한 볼거리도 쏠쏠했다.
나쁘지도 않은 서사, 그렇지만...
이야기의 진행방식도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모든 일에 감정의 동요가 없는 주인공 로이 소령이, 자신보다 더한 아버지를 향해 갈 수록 인간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탐험의 끝에서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만나 구원한 뒤, 지구로 돌아와 더욱 인간다운 삶을 살아간다. 줄거리만 놓고보면 정말 나의 취향이지만 그 과정이 굉장히 집착에 가까우리만치 로이 소령의 내면묘사에만 집중하느라, 모든 장점이 퇴색되어 버린다. 애드 아스트라는 영화 내내 인간의 감정상태를 짚어낸다. 주인공 본인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독백을 통해 주변인물의 감정을 짚어내며, 때로는 대놓고 인물을 클로즈업한다.
로이 소령의 감정 변화가 이야기의 한 축인 것은 맞지만, 너무 여기에 집착한 것이 극을 지루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은 로이 소령의 아버지다. 일생을 프로젝트에 바쳤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는 '결과 없음'이었다. 인류 역사 최전선의 탐험가로써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느낀 절망에 의해 망가져버린 인간이 이 이야기의 다른 반쪽이며, 제목으로 보나 전반적인 줄거리로 보나 당연히 이쪽이 메인요리인데, 너무 가볍게 다루고 넘어갔다. '가시죠, 아버지.'가 끝이라니, 너무하지 않나?
영화가 잔잔해서 지루한건 단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감정을 몰입해서 더 큰 감동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그래비티에 영향을 받은것일까, 이유없이 잔잔하고 지루한건 분명 단점이다. 역시 내인생 최고의 우주영화는 인터스텔라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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