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업(Don’t Look Up,2021) 후기 - 실화가 될지도/이미 실화일지도 모르는

영화 ‘돈 룩업’은 ‘빅쇼트(The Big Short, 2015)’로 특히 유명한 애덤 맥케이 감독의 최신작이다. 빅쇼트에서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소재로 감독 특유의 센스를 통해 금융계의 부도덕함을 그만의 코드로 나타냈다는 점이 많은 호평을 받았으나…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다만 빅쇼트는 경제 문맹이었던 나에게 경제에 관심을 갖는 첫 삽을 뜨게 해준 고마운 영화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번 ‘돈 룩업’에서도 감독 특유의 색채가 짙게 뭍어나왔다. 특이할만한 점이라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제가 “소행성 충돌”이라는 점. 사건은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실에서 새로운 혜성이 지구로 향하고 있음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전지구적인 위기가 확실시 된 상황, 곧장 민디 교수와 박사과정 중인 케이트는 이곳저곳 연락이 닿은 후에 백악관에 이르른다. 무엇보다 가장 위급한 소식을 가져온 그들이었지만 대통령의 재선을 비롯한 다른 정치적 이슈들에 밀려 제대로 된 만남을 가지지도 못한다.
영화의 제목인 “Don’t Look Up, 올려다 보지 마”은 지구멸망이라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민중들에게, 민디 교수가 육안으로 관찰될 정도로 지구에 가까히 다가온 혜성을 직접 보고도 못 믿냐는 일침을 반박하는, 제이니의 구호다.

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직업에 대하여 상당히 열성적이라고 해야할까? 비록 그 방향성은 어긋났지만 말이다. 어쩌면 현대사회가 자본주의로 인하여 모두에게 채찍질을 하게된 업보일지도 모르겠다. 다들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에 열심히 몰두하느라 너무나도 단순한 진실,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예정이고 결국 다 죽게 된다는 것”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작중에는 이런 장르에서는 클리셰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과 패거리가 등장한다. 정치적으로 불리하기에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는 대통령 제이니, 혜성에서 얻을 수 있는 희토류의 경제적 가치를 매기며 지구로 추락하게 만들어 채취하자는 기업가 피터, 코미디 토크쇼에서 가쉽거리로 소비하는 진행자 브리가 대표적이다. 다른 인물들도 많지만 기업가 피터를 제외하면 이들은 기묘하게도 누군가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과 거리가 있는 이들(히피족 율, 민디 교수의 아내, 과학자 케이트와 오글소프)이 지구의 멸망이 다가오고 있다는 “팩트”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우리는 관심종자들을 경계해야 할… 것은 아니고, 농담이다.

2010년대에 들어 더더욱 SNS의 영향인지 반지성주의가 유독 득세를 하고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영국이 섬나라라는 사실은 상식인가?”하는 논쟁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무식이 죄는 아니지만 모르는것을 당당하고 심지어 박학다식을 악한 것인 양 프레임을 씌우는 일이 SNS의 비호를 받아 너무나도 편리해졌다. 유명배우 윌 스미스의 말마따나, “어릴때는 나도 X신이었지만, 그땐 트위터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요새는…”이 현 상황을 적절하게 대변하는 것 같다.


반지성주의와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는 양상은 바로 “가벼움”이다. 언제부터인가 “오글거린다”라는 표현과 함께 진지충, 선비와 같은 말로 진지함을 거부하고 심지어 혐오하기까지 하는 DC인사이트식 감성은 유쾌함이라는 포장으로 반지성주의와 혐오를 키워냈다. 이 뿐만 일까? “안다, 나도 내가 X신이라는거.”라는 말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와 같이 자신의 행위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있는 모습을 보인다.
돈 룩업에서 보이는 양상은 기존의 여러 작품에서도 자주 보이는 타입의 부류들을 적당히 모아 놓은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대환장파티는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데에 유효하다.

→ 인스타그램 FOLLOW 하러가기 📬
→ 페이스북 FOLLOW 하러가기 📬
'REVIEW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두 가지 선택, 두 개의 비극 -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후기/리뷰 (0) | 2021.12.20 |
---|---|
새로운 대작의 탄생일까? - 듄 파트1(DUNE Part1 , 2021) 후기/리뷰 (0) | 2021.11.07 |
영화 로건 후기/리뷰 - 우리는 모두 늙는다 (LOGAN,2017) (0) | 2021.09.30 |
모가디슈 후기/리뷰 - 2020년대에 복습하는 남북관계 (0) | 2021.09.16 |
[영화] 82년생 김지영 후기 (0) | 2019.11.09 |
댓글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