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선택, 두 개의 비극 -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Spider-Man: No Way Home, 2021) 후기/리뷰
※ 스포일러 주의 ※
다 좋았지만 개성은 약했던 3번째 리부트
나에게 있어서 톰 홀랜드 주연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스파이더맨은 언제나 어벤져스의 부속메뉴라는 느낌이 강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오리지널 스파이더맨 삼부작의 테마를 충실히 따르고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사춘기 학생이었고 어벤져스에서는 막내에 불과했다. 그런 흐름에서 <스파이더맨:홈커밍>에서는 그를 시빌 워에 참전시켰던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멘토로써 등장하였고,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애서는 토니의 조수 해피가 등장하여 멘토를 잃은 고등학생 소년에게 의지가 되어주었다.
아무래도 어벤져스의 일원 피터 파커가 아이언맨, 닉 퓨리와 같은 인물들과 관계를 맺어가다 보니 스파이더맨 이라는 브랜드로써 정체성이 아쉬웠다. 그 원인은 가장 먼저, 기존의 이야기들에 비해 비교적 가볍다는 점에 있다.
하이틴 장르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홈커밍에서는 시빌 워에서 잠시 참전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어필해보지만, 정작 큰 사고를 치며 토니에게 야단맞기도 하고, 파 프롬 홈에서는 히어로로써의 역할은 접어두고 수학여행에서 여자친구를 만드는 일이 큰 관심사였던 탓에 거시적인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소재를 테마로 가져간 탓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십대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이야기가 무거워 봐야 얼마나 무거워야겠느냐마는,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있었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해 스파이더맨의 앞으로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계기가 MCU에는 없었다. 물론 아이언맨의 죽음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어벤져스에서 일어난 죽음이지,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벌어진 사건보다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그 다음은 지나치게 아이언맨의 그림자에 가려 있다는 인상이다. 당장 입고 있는 슈트도 전부 아이언맨으로부터 파생된 슈트다. 피터가 직접 만들었다고 할 만한 것은 ‘파 프롬 홈’에서 등장한 것인데, 이 마저도 토니의 설비를 활용해 만들었다. 게다가 이전 두 편의 영화 모두 아이언맨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탄생한 빌런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MCU 스파이더맨 영화는 고유의 색채가 굉장히 옅었다고 할 수 있다.
MCU로 인한 성공적인(작중에는 최악의) 협업 - 닥터 스트레인지
이번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에서도 멘토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기존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토니와 같은 멘토는 아니지만... 어쨌든 바로 전편에서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범죄자로 몰려버린 피터는 친구들도 공범으로 지목되면서 정신적으로 구석에 몰린다. 마침내 논란에 의해 MIT 입시에도 친구들과 나란히 불합격해버리자 친구들의 미래마저 자신이 망쳐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노 웨이 홈은 다소 어처구니 없는 피터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다름아닌 자신이 스파이더맨 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잊게 해달라는 것(원래 의도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이다. 그 와중에 MJ를 비롯한 몇 명을 빼 달라고 요구하면서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은 스파이더맨을 아는 사람들을 모든 멀티버스에서 불러들이게 된다.
그로 인해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의 빌런들이 총 집합하게 되고, 닥터 스트레인지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하나 하나 닥터 스트레인지의 지하감옥으로 수집한다. 그 이후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그들을 돌려 보내려는데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면 원래의 세계에서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죽기 직전의 상황에서 넘어왔기 때문에), 여기에서 다시 한 번 피터의 오지랖이 발동하게 된다. 빌런들을 돌려보내기 전에 그들을 치료하고 보내면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스트레인지의 마법을 방해하고 미러 디멘션에 가둬버린 것.
왜 십대에겐 투표권을 주지 않는가?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본 영화에는 아직 피터 파커의 “미성년자”스러운 판단이 크게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친구들과 대학 입시에 실패하자 시간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스트레인지의 말마따나 항의전화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 더욱 미성년자스러움을 보여줬다), 그리고 두 번째는 빌런이라도, 설령 그게 원래 일어났어야 할 일이었더라도 그들을 바로 돌려보내지 않은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멀티버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스트레인지에게 경고를 들었음에도, ‘운명이 바뀌는 게 가능하다면 시도는 해 봐야지 않겠냐’고 간단하게 맞받아친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어른” 스트레인지와는 다른, 가능성을 믿고 희망적인 미래를 추구하는 “십대” 피터이기에 할 수 있는 대사이다.
결국 이러한 두 번의 처참한 판단으로 인해 피터는 두 가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첫 번째는 메이 숙모의 죽음이고, 두 번째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다.
사람이 잘못으로 인해 대가를 치르는 것은 인과응보로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번 영화에서 피터가 겪는 고통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다. 어찌 보면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히어로 중에서도 초월적인 힘을 지닌 마법사를 지인으로 둔 탓인지도 모른다. 정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듯이, 상상도 못할 힘을 쓰다가 상상도 못한 결말을 맞게 된다.
고통스러운 결말 / 성공적인 엔딩 / 기대되는 새출발
지금까지 토니 스타크라는 사람에 의해 히어로 세계에 발을 들이고, 한 명의 히어로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왔음에도, 어디까지나 적을 제압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이번에는 진짜로 자신이 저지른 일에 제대로 책임을 지는 모습(자신의 존재를 지우는 선택)을 보인다는 점에서 진짜로 성인이 되었다고 느꼈다. 자신을 잊어버린 MJ에게 다시 자신을 소개하려 대사를 연습하며 들어서는 모습은 영락없는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뭔가 깨달은 표정을 짓는 피터의 모습은 어쩐지 모르게 완전한 성인의 모습이었다.
그와 함께 작중 초반부에 힘든 생활을 견디며 네드, MJ와 함께 MIT에 진학하는 꿈을 꾸며 ‘새 출발을 하자’는 다짐을 했지만, 새 출발이라는 의미가 정말로 인간관계가 처음부터 시작해버리는 결말을 맞으며 쓸쓸함을 더했다.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서 지워지며 학력도 지워지고,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지원도 없어져 가족없이 혼자서 단칸방에서 새로운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다시 시작하는 모습은 진정으로 아픔을 딛고 성장한 완벽한 마무리였다.
톰 홀랜드가 추가로 마블 스튜디오와 계약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부디 차기 스파이더맨에서도 MJ와 네드가 등장해서 새로운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의 팬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톰 홀랜드 고유의 스파이더맨을 확실히 각인 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Spider-man: Far From Home) 후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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