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후기 :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자들의 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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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수 안둬서 고맙다
내 주관적인 평가로는, 어벤져스1 보다 재밌었다. 원더우먼보다는 강하지만 죽은 크립톤인 보다는 약한 빌런, 그리고 그를 상대하기 위해 모여든 히어로들의 생고생은 이전 작들과는 다르게 큰 무리수를 두지 않고 무사히 마쳤다.
이렇게 무리수만 안 두고 중간만 갔어도 진작에 DC 영화의 평은 훨씬 좋았을텐데, 이미 늦어버려서 유감이다. 아, 슈퍼맨의 부활과 슈퍼맨 혼자 때려잡는 장면을 비판하는 마블 팬들이 있는데, 아무리 영화평이 주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어벤져스1을 재밌게 본 사람들이 할 말은 아니다. 헐크는 영화 내내 뭐했냐, 로키 진작 안 때려잡고. 차이가 있다면 로키는 잘생겼다는 점이다.
그래, 그래도 평타는 쳤다.
문제는 컨셉이다
다시 본편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리하자면, 적어도 어벤져스1 이상은 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평가지, 흥행은 별개의 이야기다. 무엇보다도 아이언맨 시리즈와 퍼스트어벤져로 튼튼히 다져놓았던 어벤져스1 과는 달리 저스티스 리그는 앞길을 전혀 다져놓지 못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엇나간 셈이다. 흥행의 이야기가 아니다. '컨셉'의 이야기다. 그 핵심에는 배트맨이 있다.
영화감상 전부터 우려했던 대로, 배트맨의 입지가 너무나도 애매하다. 마블 시네마틱부터 살펴보자. 헐크는 단연코 최고의 전투력을 담당한다. 그 다음가는 토르는 헐크만큼의 전투력과 동시에, 판타지적인 아스가르드의 컨셉과 함께 우주를 무대로 삼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다음, 아이언맨. 이들 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메카물/SF의 컨셉을 밀고있다. 스파이더맨을 자연스럽게 스카웃하기도 했고. 캡틴아메리카는 전투력에서는 뒤떨어지지만 쉴드 요원으로써 윈터솔져-시빌워에 이어 마블 시네마틱의 중심 스토리를 이끈다.
DC의 컨셉 팀킬
반면 DC는 어떤가? 슈퍼맨, 원더우먼은 마블의 영웅들을 씹어먹을 기세의 포스를 보여준다. 플래시는 워낙 빨라서 맞아 죽을일이 별로 없고, 아쿠아맨은 적어도 쉽사리 죽지 않는다. 특히 물에서는.
문제는 배트맨이다. 반지닦이는 망했고(본편에 과거회상 정도로는 나오더라).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사력을 다해 싸운다는 것은 배트맨은 응원단장 정도 하면 된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답안은 하나다. 슈트를 대 굇수 전용으로 개량해서 장비빨로 싸워야 한다. 그래, 마치 아이언맨처럼.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이녀석, 사이보그다. 이 녀석이 '기계' 컨셉을 먼저 차지해 버려서 배트맨이 설 자리가 없다. 흥행으로 보나, 당위성(세계적인 캐릭터의 인식과 영향력)으로 보나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배트맨에게 내주었어야 했다. 이 점은 이번 작의 치명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이보그가 단순한 기계인간은 아니다. 마더박스 뭐시기를 이용했다는, '살아있는 기계' 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마 제작진이 그를 넣은 이유도 차기 스토리에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 대가는 크다.
"슈퍼맨 VS 배트맨 " 부터 진작 차용해 본편에서 활용했어야 할 슈트.
전세계의 히어로들은 모았으면서 왜 저런건 준비하지 못했는지 아쉽다.
출처는 게임 "아캄나이트"
그래도 이건 아니다.
마치며...
마지막으로, 도저히 쉴드를 쳐주려 해도 할 수가 없는 점들도 있다. 극 후반부에 상황이 정리된 후, 초토화된 마을에 꽃이 핀다던지(...), 평화가 찾아온 마을을 6인방이 1열 횡대로 정렬해 서서 내려다본다던지(...). 대체 언제적 연출이냐. 영화 잘 보다가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DC의 한줄기 희망을 보았지만 여전히 갈길은 남았다. 아쿠아맨과 플래쉬의 능력을 액션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차기작이 나와 준다면 그때 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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