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함께 : 죄와벌 후기 (약스포)
처음 신과함께 영화가 공개되었을 때, 진기한 변호사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게 대체 제정신인가' 싶었다. 진기한 변호사는 이번 영화의 원작인 '신과함께 : 저승편'에서 아무런 선행도, 악행도 내세울 것이 없는 주인공 '김자홍'을 변호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존재다. 어찌보면 형식적인 주인공인 김자홍 보다도 비중이 높은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중요한 핵심 캐릭터를 과감하게 삭제시키다니, 솔직히 안봐도 뻔한 결과였다.
원작의 김자홍은 평범한 회사원이다. 죽은 원인도 잦은 회식과 업무과다로 인한 사망이다. 당연히 지옥가서 천벌받을 만한 악행을 저지른 것은 없지만 '저 이만큼 선행 베풀었어요' 할 만큼 내세울 선행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대변하는 존재이다. 그런 김자홍이 영화에서는 소방관이다.(요새 극한직업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아마 대놓고 노린 듯 하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당연히 선행이 많겠지.. 원작과 재판 과정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판초를 뒤집어 쓴 원귀'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사건 자체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인물 관계가 크게 바뀌었는데, 바로 주인공 김자홍의 동생으로 변경된 것.(원작과 달리 두 아들을 모두 잃는 어머니 불쌍..) 성주신의 등장으로 보아 2편에서는 이승편의 이야기를 다룰 듯 한데, 그 때문에 한 편 안에 저승편의 모든 이야기를 담느라 각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원귀는 김자홍과는 관련 없는 사람이었는데, 영화에서는 김자홍의 동생으로 등장함으로써 분량 조절에도 성공적이었고, 마지막 결말에서도 크게 활약하면서 제작진의 신의 한수라고 여겨졌다. 놀랍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니 진기한을 삭제했던 점은 충분히 수긍할 수 있었다.
원작의 이 지하철을 보고싶었지만... ㅠㅠ
원작의 싱거운 결말을 꽤나 독특하게 살려냈다는 점에서(물론 원작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마지막 재판이 별 다른 반전없이 끝난다), 영화의 각색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깎아 먹는 문제점은 바로 캐릭터다. 원작이 워낙 명작이기 때문에 각색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때문인지 캐릭터에 신경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당연히 그 1등은 해원맥.. 한국식 드라마/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싸움 잘하고 생각없이 행동하며 말이 아주많은, 그런 캐릭터다.
포토티켓은 원작 버전으로
'아 그래서 볼만한 영화냐고?' 라고 물어본다면, "원작 생각 안하고 보면 볼만하다." 그도 그럴것이, 원작과는 장르자체가 다르다. 원작이 적은 예산과 규모로 소소한 감동과 재미를 준다면, 영화는 큰 스케일과 영상미, 그리고 마지막에는 감동을 선사한달까.. 원래 말주변이 좋지 못해서 잘 표현을 못하겠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원작이 이만큼 유명하지 않았다면 영화는 지금보다 더 고평가 받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REVIEW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SF영화] 패신저스 후기 (0) | 2018.02.17 |
---|---|
[스포주의] 넷플릭스 영화 데스노트(2017) 후기/리뷰 (6) | 2018.01.02 |
저스티스 리그 후기 :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자들의 업보 (0) | 2017.12.05 |
블레이드러너2049 후기 _ 진짜 보다 진짜다워지는 가짜의 이야기 (0) | 2017.10.17 |
[후기] 킹스맨 : 골든서클 _ 영화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0) | 2017.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