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four

 

오션스8(Ocean's8)

감독 개리 로스

출연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외

2018. 06. 13


친구가 케이트 블란쳇의 팬이라 먼저 상영관에서 내려올 독전을 제쳐두고 먼저 보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 오션스 11, 13 시리즈가 개봉했던 기억이 있지만 보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시리즈를 여성 버전으로 내놓은 작품이 바로 『오션스8』.

 

요즈음 날마다 화젯거리인 페미니즘적 요소를 적절히 이용한 듯 하다. 주체가 되고 활약을 하는 역할은 전부 여성 배우가 맡았고 심지어는 그 출연진조차 입이 벌어지게 한다. 악역 혹은 쩔쩔매거나 피해자는 전부 남성. "남자가 끼면 일이 복잡해져" 라는 극중의 대사처럼 철저히 우먼파워가 무엇인지, 여성배우가 총출동하면 어떤 영화가 만들어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려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등장하는 주연 배우들은 멋져보였고,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보석을 훔쳐내는 계획은 착착 들어맞으며 나를 반해버리도록 만들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은 산드라 블록,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앤 해서웨이가 멋지고 매력적이어서이지, 영화가 훌륭했기 때문이 아니다. 절대로.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는 페미니즘적 사상을 영양분으로써 제작되었지만 페미니즘이 어떤 한계를 가지고있는가를 더욱 공고히 하고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페미니즘,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 존재할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천차만별의 해석이 달려 있지만 기본적인 사상은 '평등'을 위해서일 것이다. 그것이 실제론 어떻든 간에, 명분은 그렇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는 인종간의 평등은 이루지 못했다. 주도적이며, 누군가에게 지시하고 평가하는 역할은 모두 백인 여성이지만, 설거지 더미를 뒤진 뒤 화장실에 쪼그려 보석을 분리해내고, 화장실 바닥을 뒹굴며, 보안시스템을 해킹한다던가 하는 실질적인 역할들은 모두 유색인종이 해낸다. 거기에 레이저 센서를 피해 기둥에 매달린 채 보석을 훔쳐내는 사람은 심지어 중국인 남성. 여성 백인들은 모두 멋지고 스포트라이트 받는 역할이다. 

 
 

케이퍼 무비('도둑들' 처럼 도둑질 과정을 담은 영화의 장르)로써도 "글쎄?" 라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장르의 스토리는 진부할 수 밖에 없기 대문에 그 과정을 어떻게 그리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면에서 '도둑들'은 정말 잘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한다. 계획은 멋지게 세웠지만 언제나 거기엔 돌발변수가 있게 마련이고, 거기에 어떻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가. 그리고 급조된 팀원들을 믿을것인가, 배신할 것인가? 오션스8은 이 모두를 제대로 만족하지 못했다. 특히 타겟이 되는 목걸이는 반드시 보안업체의 특수 장비만으로 탈부착이 가능한데, 그걸 한번 보더니 복제해내는 장면은 어이가 없었다. 여장부들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들을 담아내려다 보니 영화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모양이다. 진정으로 멋진 모습은 쿨하고 화려해서 오는게 아니라 고난을 넘어서는 장면에서 오는데 말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스스로 페미니즘 사상을 깔고 간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 결정적인 증거가 '남자가 끼면 일이 복잡해져' 라는 대사다. 하지만 이 영화는 페미니즘에 악영향만 끼칠 듯 하다. 여성의 뛰어남을 어필하려다 보니, 케이퍼무비로써의 스릴감은 사라져 버린 채 인종차별적인 캐스팅만 낳았고, "여성도 할 수 있다!" 를 증명하려 하지만 인기많은 오션스 시리즈에 숟가락만 얹은 꼴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영화의 마지막도 깔 거리가 넘쳐난다. 앤 해서웨이가 악역 남성을 엿먹이는 방식도 '잠자리'를 이용했다. 도대체가... 감독은 페미니즘 사상을 깔아 둔 채 여성을 뭘로 생각하는 걸까? 

 

거기에 '여자의 적은 여자다' 라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염두에 둔 모양이다. 주연 인물 중에서 배신하는 인물이 단 하나도 없다. 정말로 계획대로 보석을 훔친 채 서로 하하호호하고 해피엔딩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영화들 사이에서 PC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판에, 거기에 한술 더 뜨는 영화가 나왔다. 

 

페미니즘의 모범적인 예,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2015)

 

알고있다. 몇몇은 내가 너무 엄격/근엄/진지 하게 평가를 하고 있다는 거. 하지만 무언가를 표방했다면 사람들은 거기에 대하여(은연중에 내포했을 때에 비해) 엄격하게 평가하게 마련이다. 우선 이 영화는 페미니즘을 위해 '재미'라는 영화로써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으며, 페미니즘을 어필하려 했지만 오션스 시리즈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뷔페니즘'일 뿐이었다. 멋지고 주연 인물들을 여성들로 도배한다고 페미니즘인가? 주연 인물 몇몇만 여성으로 설정하고 남성과 섞어 "수작"영화를 만드는 쪽이 훨씬 페미니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쪽이 더 도움된다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해리포터 시리즈와 매드맥스가 그 훌륭한 예이다. 머글의 혈통 출신이지만 웬만한 순혈 마법사들을 쌈싸먹는 헤르미온느, 그리고 일부다처제/가부장제의 권력자에게 맞서 싸우는 퓨리오사를 보라. 여기에 누가 태클을 거는가? 

 

영화평에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이유로 높은 별점을 주는 사람, 산드라블록과 케이트블란쳇이 멋지다는 이유로 높은 별점을 주는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별점은 개인의 자유지만,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영화가 그 인식을 악화시키는 꼴을 보니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