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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Kingdom, 2019) 후기/리뷰

2019. 01. 25
배두나, 주지훈, 류승룡 외

 

킹덤 총평 : 탈(脫) 한국드라마의 가속화

나는 한국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그보다는 주로 넷플릭스에 스트리밍되는 외국 드라마를 주로 보는 편이다. 이유는 간단한데, 적지않은 사람들이 그렇듯 한국드라마 특유의 틀에박힌 연출때문이다. 왜 그런말이 있지 않은가, "일본 수사물은 교훈을 주고, 미국 수사물은 수사를 하고, 한국 수사물은 연애를한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한 번쯤 보았을 듯한 드라마 비교짤.

어릴적 본 '아이리스'가 그랬다. 그동안의 한국드라마와 다른 스케일과 액션, 그리고 영상미까지, 그동안 보아왔던 드라마와는 달랐..을줄 알았지만 주인공은 왠지 모르지만 계속 쫓기고 있고, 왠지 모르게 동료여성과 연애를 하고있다. 20편에 달하는 드라마가 끝났지만 주인공은 무얼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싸워온건지, 결말은 무얼 의미하는지 남는게 없었다. 분명 그땐 연애든 싸움이던 치열한데, 끝나고 되짚어보면 뚜렷한 스토리가 없다.

이분들은 무얼 위해 그리 싸웠던걸까;

서론이 길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킹덤은 기존의 한국드라마의 한계에서 조금 더 탈피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 특유의 유치한 연출은 여전하고,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그 경향은 두드러졌다.

 

 

 

가장 현실적인 가상의 조선

킹덤은 실제 조선이 아닌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있다. 따라서 세자 이창도, 병상에 누워있는 왕도, 조학주도 실제 인물이 아니다. 전란이 휩쓸고간 지 몇년이라는 대사로 추측해보건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은 몇년 후 쯤의 조선을 생각하면 되겠다.

사극 매니아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일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사극 배경의 매체는 지나치게 정사에 의존해왔다고 생각한다. 현대물이 아닌 오래 전의 일을 다룬 드라마라면 으레 삼국시대, 고려, 혹은 조선을 배경으로 하고있고, 거기엔 높은 확률로 정사에 등장하는 왕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연대를 추측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등장하는 요소의 모든것을 재단하기 시작한다. 고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창작물인 드라마는 고증이라는 이름하에 여러 표현가능성을 구속당한다.

사극에서 흔히 보이는 조선 병사의 이미지

이렇듯 가상의 조선을 구현함으로써 시대적 고증에서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조선의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히 공들인 모습을 보여준다. 대표적인것이 완전무장을 한 조선군의 모습이다. 기존 사극에서의 조선군은 대부분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흰색과 검은색의 포졸복을 입은 채, 삼지창과 같이 생긴 당파를 쥔 모습이다. 어느 사극이고 어느 상황에서나 조선군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제 조선군이 저런 모습만을 하고 있던것은 아님에도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소품으로 만들어 놓은것이 많아서라고 한다. 그만큼 한국 사극은 비용을 위해 희생된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킹덤에서는 '넷플릭스'의 빽에 힘입어 그러한 단점을 극복했다. 양산형 사극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군사들의 복장과 더불어 간만에 중무장한 조선군이 등장한다. 넷플릭스의 순기능으로 인해 고질적인 한국 역사물의 단점이 손쉽게 해결된 셈이다.

 

정치와 얽힌 좀비물

세도정치를 연상케하는 영의정 조학주는 임신중인 딸 계비조씨를 이용해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세자 이창 마저도 왕을 만나지 못하게 하는데, 사실 그 이유는 왕이 좀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전략은 계비 조씨의 자식이 태어나 아들이면 새로운 세자로 갈아치우고 임금이 죽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창은 임금의 침소로 몰래 숨어들어 임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최근에 다녀간 의원 이승희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이승희가 있는 의원 지율헌에서 본격적인 좀비들의 참상을 겪게 된다.

으레 좀비가 등장하면 점차 세력을 불려나가는 좀비떼를 강조하며 거기서 생존하기 위한 생존자들의 대립과 고군분투를 그리기 쉽다. 그때문에 주로 좀비와의 싸움과 인물들간의 대립이 그려진다. 하지만 킹덤은 좀비로부터의 생존 뿐만이 아니라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자들의 세력다툼을 성공적으로 합해놓았다.

좀비가 되어버린 임금 → 세도정치로 인한 세자와의 대립 → 세자의 암행 이 3단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좀비물과 정치물을 엮어냈다는 점이 킹덤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유치했던 것들

앞서 소개한 "한국드라마를 탈피한" 장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깎아먹는 단점은 단연 "유치함"이다.

동래부사 조범팔이 좀비가 되어버린 채 쓰러져 있는 시체들을 모조리 태워야 한다는 영신의 조언을 듣지 않고 '높으신 분들'의 시신은 그대로 두려 할 때, 세자 이창이 나타나 신분을 밝히지 않다가 "나, 세자가 명한다!" 하는 장면은 너무나도 작위적이었다. 조범팔이 세자와 같이 합류하고 나서도 언제든 혼자 살아나갈 궁리를 하면서 서비에게 빠져 그에게만은 같이 도망치자 한다거나, 그걸 또 서비가 "왜 그리 이기적이십니까" 하며 세자에게 가서 알림으로써 이창에게 전달되거나. 연출들이 굉장히 뻔하고 어디서 가져온 전개다.

어쩔수 없긴 했지만, 연출이 너무 틀에 박혔던 대표적인 장면.

강으로 떠밀려온 조범팔이 탔던 범선의 물자는 싹 털고, 시신은 모두 묻어버린 주민들의 행동도 도저히 눈 뜨고 봐주기 힘들었다. 용서해줄테니 어디다 묻었는지 안내하라는 이창의 말을 믿지 못하고 도중에 기습...을 해야하는데 또 예의 바르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 어차피 저흰 끝입니다." 하며 사정 설명하고 비장하게 낫을 쳐든다. 보통 쥐도새도 모르게 담가버리지 않나? 뭘 사정 설명을 해.

이런 연출들이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잦아진다. 마치 각본짜기 귀찮아진 것처럼 말이다. 분명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분명 더 잘할 수 있었을텐데.

 

시즌2에서는 무엇을 다루는가

킹덤의 마지막 화에서는 햇빛이 아닌 온도에 따라 좀비들의 행동 여부가 갈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대량의 좀비가 돌진하는 것을 끝으로 맺는다. 이창을 필두로 한 안현대감, 영신, 서비, 무영 등은 조학주에 의해 고립되어버린 경상도에 갇혀버렸기 때문에, 경상도를 어떻게 뚫고 나오는지가 시즌 2의 초반 내용이라고 추측된다.

더불어 중전은 임신중이지 않았다. 그저 복대를 차고 새로운 세자를 임신중인 척 연기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임신중일 수는 없었기에 미리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을 모아놓고 나름 후하게 대접하며 그 중에 남자아이가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다. 당연히 거기서 태어난 남자아이를 세자로 키우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죽일것이다.

중요한 점은 여기에 무영의 아내도 끼여있다는 점이다. 조씨일가의 대척점인 이창의 오른팔, 무영의 아내인데, 분명 이 사실이 세자쪽에 연결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이창의 행로를 금군별장에게 밀고한 자가 세자 측근이라고 안현대감이 암시하는데, 이게 무영일지 아니면 영신일지, 다른 제 3자인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또한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안현대감은 분명 3년상을 치르는 중이었는데, 어째서 좀비의 존재를 이미 알고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