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_ 미치오 슈스케
4.0★★★★"완성도와 신선함을 갖췄다."
나는 추리/미스터리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보다는 비문학 계열의 독서를 주로 하는 편이다. 오래간만에 소설을 읽으려고 했지만 추리/미스터리 장르에서 섣불리 책을 고르지 못했다. 그 때 마침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다.
이야기는 추리소설이 으레 그렇듯이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혹은 자살. 어느 쪽인지는 책을 읽어보시길!) 주인공의 시점에서 주변 인물들의 조언과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추리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지루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 맛이 있다.
몇몇 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주인공의 시점을 중심으로 서술된다. 또한 구체적인 증거물 보다는 주변 인물과의 대화나 행동이 단서로써 제공된다. 문제는, 주인공이 종종 보통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인다. 그 때문에 주어진 단서조차 한 번씩 의심해 보도록 만들어, 읽는 사람을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독자에게 퍼즐을 한 조각 씩 던져주며 퍼즐을 맞춰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퍼즐 조각조차 의심을 하게 만들면서도, 그러한 과정이 과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등장인물이 죽은 뒤 동물이나 곤충으로써 환생하는 장면을 보며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시각이며, 그렇기 때문에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앞서 말했지만, 주인공의 행동은 보통 사람의 행동과는 괴리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도 그러하다. 우린 자신이 보고 들은 그대로를 믿어선 안 된다. 우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한다는 보장은 없다. 사물을 왜곡해서 보기도 하며, 심지어는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렇기에 한 번씩 이성의 필터를 거쳐야 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히려 현실성 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의 결말이 현실적으로 마무리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엔딩이 조금은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특히 작중 배경이 7월 20일 부터 8월 초인데, 이 책을 읽던 날짜도 7월 20일이었다. 덕분에 더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문 : http://blog.naver.com/sapiens17/221085047039
'REVIEW > Sho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릭스 다큐] Abstract:The Art of Design(앱스트랙트 : 디자인의 미학) 후기 (0) | 2018.02.16 |
---|---|
[후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0) | 2017.10.03 |
덩케르크 : 놀란, 전쟁영화의 틀을 깨다 (0) | 2017.10.01 |
[후기] 기사단장 죽이기 (0) | 2017.10.01 |
[후기]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0) | 2017.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