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2018) 감상 후기/리뷰
반세기가 지나 다시 태어난 정통 '데빌맨'
데빌맨 크라이베이비(Devilman Crybaby, 2018)는 유아사 마사아키가 감독한 데빌맨 애니메이션이다. 원작은 나가이 고 의 '데빌맨'이며, 이번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것은 50주년 기념작품이다.
원작인 데빌맨은 1972년 시작했으니, 정말 오래된 시리즈이다. 같은 해 대한민국에서는 제 4공화국과 새마을운동 중이었으니 비슷한 연배라고 보면 되겠다. 제목이 ‘데빌맨’ 인지라, 같은 ~맨자 돌림을 쓰는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과 같은 히어로물을 상상하기 쉽지만(물론 틀린말은 아니지만) 이들과는 다르게 상당히 고어하고 암울한 분위기와 성적인 묘사가 두드러지는데, 현재 일본의 유명 작품들인 베르세르크, 에반게리온, 기생수 등 많은 작품들이 여기에 영향받았다고 하니 팍팍 와닿는다. 그리고 이거 어차피 청불이다.
오래된 시리즈이니 만큼 굉장히 많은 시리즈가 존재한다. 만화, 애니메이션, 실사영화는 기본에, 만화판도 AMON 데빌맨 묵시록, 네오 데빌맨 … 하지만 천만 다행스럽게도 이번 2018년에 새롭게 제작된 “데빌맨 Crybaby” 는 10화 분량의 짤막한 내용이지만 원작 데빌맨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나무위키에서 사전 예습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악마와 공존하는 세계
'데빌맨 Crybaby'는 인간이 존재했을때부터 '악마'들이 존재해 온 세계를 그리고 있다. 고등학교 육상부 스타인 '마키무라 미키', 같은 육상부인 '쿠로다 미코' 그리고 주인공 '후도 아키라'. 주인공 아키라는 육상부임에도 여자보다 달리기가 느린 허약체질에, 남의 고통에 눈물흘리며 공감하는 전형적인 순수 그자체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건달들에게 둘러싸인 단짝 미키를 구하기 위해 나서보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되려 당하려는 찰나, 삐까번쩍한 차를타고 한여름에 흰 롱코트를 입은, 금발의 소년이 나타난다. 그리고 기관총(!)을 꺼내 건달들을 쫓아낸다.
이 소년의 정체는 아키라의 어릴적 소꿉친구 '아스카 료'.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교수를 하고 있을 정도로 높은 지능의 소유자다. 그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갑작스레 나타난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조금 터무니없다. 이 땅에는 사실 '악마'들이 인간들 틈에 숨어살고 있으며,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료는 아키라를 부잣집 자제들이 환락의 파티를 즐기고있는 '악마숭배 파티'에 데려간다. 말이 악마숭배지 그냥 마약하고 노는 곳이다. 근데 소꿉친구였던 료의 행실이 조금 이상하다. 갑자기 칼을 꺼내들더니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찌르고 다닌다. 악마를 실체화하여 강림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피가 매개채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별안간 나타난 악마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악마로 변해버리는데 주인공 아키라는 료의 계획대로 '이름없는 악마A'가 아닌 네임드 악마, "아몬"과 융합하게 된다.
아몬과 융합하게 된 아키라는 그 날로부터 180도 바뀌었다. 초인적인 육체에, 왕성한 식욕(거기다 성욕까지), 그리고 성격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료와 함께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는 악마들을 사냥하고 다닌다.
데빌+맨, 동전의 양면
데빌맨은 이름에서부터 동전의 양면을 띠고 있다. 천사의 날개를 하고 선의 상징인 흰 옷과 흰 피부를 가지고 금발의 머리를 한 료는 인간으로 살아왔지만 악마들의 화신, '사탄'이었다. 그리고 인류를 멸망시켰다. 검은 피부에 검은 머리를 한 주인공 아키라는 인간으로 살아오다 료에 의해 악마가 되었고, 인류를 위해 싸우다 죽는다. 미코는 미키를 질투하던 전형적인 소시민 인간A였으나 사고로 인해 악마가 되었고 종국에는 자신이 질투하던 미키를 살리기 위해 희생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1화에서 미키를 둘러싼 랩하는 건달들 중 몇몇은 결국 마키를 위해 싸우다 죽고, 나머지는 미키를 죽이는데 일조한다. 이렇듯 데빌맨 Crybaby에는 본래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죽는 사람도, 인간으로 태어나 악마로 죽는사람도, 악마였다가 인간인 사람도 있다. 결국 종래에 가서는 인간이냐 악마냐에 상관없이 자신이 택한 길에 따라 죽었다. 작품 초반에는 '인간에 숨어 서식하는 악마들' 이라는 클리셰를 이용해 인간편/악마편으로 선을 그었으나, 동전의 양면은 결국 하나의 동전일 뿐이었고 악마처럼 행한 인간이나, 인간을 위해 싸운 데빌맨이나 동일한 최후를 맞았다. 결국 사탄이었던 료 역시 처지가 다르지 않았다. 지구상 최고의 지성체였으나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아키라였다는 사실을 본인이 죽여놓고 나서야 깨달았으니 말이다.
인간찬가
많은 '데빌맨 Crybaby'의 리뷰에서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 '인간찬가'라는 단어이다. 작품의 결말이 '에반게리온'의 엔딩이 오마주했을 정도로 꿈도 희망도 없는 엔딩이었고, 아키라가 인간에 대한 희망을 느꼈을 때에도 결국 미키는 인간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언뜻 보면 인간은 서로 믿지 못해 서로를 죽고 죽였으며 무고한 인간을 포함해 자신들의 편인 아키라를 죽이려 들었다. 결국 인간 역시 악마와 다를바 없어보인다. 하지만 결국 아키라는 인간을 위해 싸웠으며, 악마에게 잠식당한 사람들을 마녀사냥하고 다니는 폭도들에게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세계 곳곳의 데빌맨들은 아키라와 뜻을 함께했다. 결국 인간이 악한것은 내면이 악마이기 때문이 아닌, 인간이라 약하기에 발생하는 방어기제이며, 결국 인간 내면은 그렇지 않다는 맥락이리라.
이 모든것이 단 10화
원작에 가장 충실했다고 하나, 원작 이후에도 많은 후속작이 나왔기 때문에 그것들을 전부 무시하지 않고 10화 분량에 꾹꾹 눌러담았기에 생략되거나 변경된 점은 많을 것이다. 10화를 전부 시청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으며, 꽤나 암울하고 고어한 내용이 많았음에도 데빌맨을 모르는 채 무아지경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아키라의 부모님이 죽게되는 계기, 미코의 이야기와 같은 에피소드는 원작의 다른 악마들을 가져다 재해석이 가해졌다. 이러한 변경점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꽤 갈리는 모양이지만, 적어도 데빌맨의 정통 팬들에게는 대체로 호평인 모양이다. 특히나 작중 주변인물로 등장하는 길거리 래퍼들의 랩이 삽입되어 있는데, 은근히 퀄리티가 좋아 감상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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